[OSEN=이상학 객원기자] 서울 SK가 자랑하는 ‘슈퍼루키’ 김태술의 기가 제대로 꺾였다. 지난 6일 안양 KT&G와의 홈경기에서 김태술은 11점·7어시스트·6리바운드로 활약했다. 그러나 팀은 74-82로 졌고 고비 때 턴오버 4개를 저지른 김태술에게도 패배의 책임이 없지는 않았다. 반면 김태술의 매치업 상대였던 포인트가드는 베테랑의 진면목을 제대로 발휘하며 한 수 지도했다. ‘테크노 가드’ 주희정(30·181cm)이 김태술에 한 수 지도한 주인공이었다. ▲ 베테랑의 꾸준함 김태술의 활약은 지난 2001-02시즌 김승현(오리온스)의 데뷔 당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김학섭(모비스)-표명일(동부)-신기성(KTF)-황성인(전자랜드) 등이 차례로 김태술 앞에서 쓰러졌다. 지난 4일 창원 LG와의 홈경기에서 팀은 대패했지만 김태술은 13어시스트로 괜찮은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KT&G전에서는 주희정을 맞아 고전을 거듭했다. 쉴 새 없이 코트를 활보하는 주희정의 활동량을 따라가는 데 다소 버거운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 17점·7어시스트·7리바운드를 기록한 주희정은 김태술과 기록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주희정은 승부처에서 빛을 발했다. 경기 막판 승부를 가른 KT&G의 11점 중 9점이 주희정의 손끝에서 나왔다. 이현호의 중거리슛, 마퀸 챈들러의 속공 덩크와 3점슛 모두 주희정의 손끝에서 비롯됐다. 마지막에는 자유투로 2점을 추가하며 직접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태술도 슈퍼루키답게 좋은 경기를 했지만, 경기 막판 턴오버와 한 템포 빠른 3점슛에서 나타나듯 승부처에서 주희정의 노련미를 따라가지는 못했다. 주희정은 올해로 어느덧 프로 11년차 베테랑이 됐다. 고려대 2학년을 중퇴, 연습생 신분으로 원주 나래(현 동부)에 입단한 주희정은 1997-98시즌 데뷔하자마자 신인왕을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듬해 수원 삼성(현 서울 삼성)으로 이적한 이후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특히 2000-01시즌에는 팀의 정규리그-플레이오프 통합우승과 함께 플레이오프 MVP까지 차지했다. 하지만 주희정은 화려함보다는 성실함이 더욱 돋보이는 선수다. 프로농구 사상 첫 500경기 출전기록을 세우는 등 역대 최다 출장횟수(504게임)와 함께 통산 어시스트에서도 역대 1위(3274개)에 올라 있다. 지난 10년간 쉼 없이 쌓아올린 성실함의 표본이다. ▲ 스피드의 대명사 주희정은 전광석화와 같은 스피드가 장기다. 이상민(삼성)·김승현(오리온스)·신기성(KTF) 등 속공 전개 능력이 뛰어난 포인트가드들이 넘치지만 순수 스피드만 놓고 보면 주희정을 따라갈 수 없다는 평가. 무엇보다 주희정이 지휘하는 팀은 스피드가 빨랐다. 삼성에서 서장훈과 함께 한 3시즌 동안에도 삼성의 속공은 3-8-4위였다. 2005-06시즌 KT&G로 이적하자마자 팀 속공을 전체 1위로 올려놓은 선수가 바로 주희정이다. 지난 시즌에도 KT&G는 속공 3위로 빠른 농구를 구사했다. 주희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사실 주희정은 이상민·신기성·김승현 등 정상급 포인트가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경우가 없지 않다. 고질적인 3점슛 약점 때문이다. 돌파와 속공 게임으로 득점을 올리는 재주가 있지만 3점슛이라는 아킬레스건이 발목을 잡았다. 특히 2002-03시즌 부분적인 지역방어 도입과 서장훈의 영입에 따른 세트오펜스 중심의 농구는 주희정에게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KT&G로 이적한 이후에는 다시 자신에게 맞는 스피드 농구를 구사하며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주희정에게 가장 확률 높은 농구는 세트오펜스가 아니라 속공이라는 것을 직접 증명해보이고 있는 것이다. KT&G도 이제는 주희정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양희승을 FA 계약 직후 KTF로 트레이드시킨 것도 결과적으로는 주희정에게 팀의 중심을 맡기겠다는 뜻이었다. 풀타임 첫 시즌을 치르고 있는 유도훈 감독도 주희정을 중심으로 스피드 농구를 구사할 것임을 천명했다. 실제로 KT&G는 올 시즌 8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5.5개의 속공을 성공시키며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그 중심에 주희정이 있음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외국인선수 챈들러를 제외하면 확실한 공격 무기가 없는 KT&G에게도 질긴 수비와 스피드를 앞세운 속공만이 답이다. KT&G에게도 가장 확률 높은 농구는 속공뿐인 것이다. 공수양면에서 성실함과 스피드로 중무장한 주희정이 KT&G의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 6일 경기서 SK 방성윤이 KT&G 골밑을 파고들다 넘어지자 주희정이 볼을 가로채 속공을 펼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