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는 공식적으로 친선대회다. 하지만 한국·일본·대만의 프로리그 우승 팀들이 충돌하는 만큼 국가대항전 성격도 있다. 자국 프로리그를 대표해 출전하기 때문에 아시아 최강 프로팀을 가리는 의미가 짙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 2년간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코나미컵에 출전한 삼성은 진한 아쉬움만 남겼다. 2005년에는 준우승으로 본전치기를 했지만, 지난해에는 3위로 떨어졌다. ▲ 2005년, 지바 롯데에 2연패 2005년 제1회 코나미컵에서 삼성의 우승 의지는 강했다. 1990년대 말 일본 프로야구에서 활약하며 일본야구의 영향을 받은 선동렬 감독도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코나미컵에 남다른 의지를 보였다. 그해 MVP·신인왕 시상식 당일까지 배영수와 오승환을 훈련시킬 정도로 한국시리즈 우승 후에도 코나미컵을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치렀다. 그러나 결과는 준우승이었다. 일본 지바 롯데에만 2패를 당한 것이다. 예선 첫 경기에서 삼성은 지바 롯데에 2-6으로 패했다. 삼성은 지바 롯데보다 안타수(10-8)가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졌다. 특히 지바 롯데는 철저한 팀 배팅으로 삼성을 압박했다. 1회말 첫 공격에서부터 1번부터 5번까지 모두 밀어치는 팀 배팅으로 일본식 스몰볼이 무엇인지를 입증해냈다. 반면 삼성은 안타가 많았지만 팀 배팅의 부재로 제대로 된 진루타조차 치지 못하며 고전했다. 양준혁의 2타점 적시타가 유일한 위안이었다. 결국 결승전에서도 이 같은 필패 법칙은 반복됐다. 결승전에서 삼성은 다시 한 번 지바 롯데에 3-5로 패했다. 9회초 지바 롯데 마무리투수 고바야시 마사히데에게 2점을 뽑아냈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지바 롯데는 단 6개의 안타로 5점을 뽑아냈지만 삼성은 13개의 안타에도 3점밖에 얻지 못했다. 지바 롯데 타자들이 찬스 때마다 희생플라이와 진루타로 경기를 풀어갈 때 삼성 타자들은 희생번트 실패 등 작은 부분에서 차이를 드러냈다. 마운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승전 삼성 선발 배영수는 4이닝 동안 탈삼진 7개를 잡았지만 1피홈런과 사사구 4개로 자멸, 패전투수가 됐다. 반면 지바 롯데 선발 와타나베 슌스케는 6이닝 동안 탈삼진은 3개뿐이었으나 사사구가 2개에 땅볼 아웃 12개라는 효율적인 피칭을 펼쳤다. 삼성과 지바 롯데, 한국과 일본의 작지만 큰 차이였다. ▲ 2006년, 대만 라뉴에 덜미 한국야구는 대만야구에 우월의식을 갖고 있다. 지난해 코나미컵을 앞둔 시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코나미컵에 참가한 삼성의 목표는 역시 일본 챔피언 니혼햄이었다. 대만 챔피언 라뉴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삼성은 1년 전 기억을 망각하고 있었다. 2005년 대회에서도 삼성은 예선에서 대만 싱농을 맞아 4-3으로 신승했다. 상대 실책에 편승해 1~2회초 4점을 선취한 이후 빈공에 시달리며 고전했다. 권오준-배영수-안지만-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최강 불펜을 가동해서야 겨우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 삼성은 결국 지난해 코나미컵에서 대만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예선 첫 경기에서 니혼햄에 1-7로 완패한 삼성은 라뉴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결국 2-3으로 역전패했다. 2경기에서 도합 3점을 얻는 데 만족해야했다. 니혼햄전에서는 단 3안타의 답답한 빈공으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고, 라뉴전에서도 6안타에 머물렀다. 2경기 도합 클린업 트리오가 기록한 안타는 양준혁의 홈런 단 하나밖에 없었다. 작게는 삼성의 지키는 야구의 한계였고, 크게는 한국프로야구에 거세게 몰아친 투고타저 바람과 스몰볼의 대유행이 주는 폐해가 낱낱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특히 라뉴전 패배는 단순히 한 경기 패배라고 한정짓기에는 시시하는 바가 컸다. 라뉴는 날카로운 창으로 삼성의 견고한 방패를 그대로 뚫었다. 특히 6회말 ‘거포’ 린즈성이 임창용에게 뽑아낸 비거리 140m 대형 결승 솔로홈런은 ‘대만타자들은 잠수함 투수에 약하다’는 편견을 씻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한 방이었다. 라뉴는 예선 3경기에서 무려 5홈런을 몰아치는 장타력을 뽐내 삼성과 대조를 이뤘다. 물론 삼성은 대회에 참가한 4개국 중 리그가 가장 늦게 끝난 만큼 상대적으로 준비기간이 부족했으며 정상 컨디션이 아닌 선수가 다수였지만 이는 니혼햄이나 라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변수가 많은 야구에서 한 경기를 놓고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그래도 시사하는 바가 큰 라뉴전 패배였다. ▲ 2007년, 김성근과 아이들 올해 코나미컵에 나서는 한국 대표는 삼성이 아니라 SK다. 창단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달성한 SK는 코나미컵 우승에 대한 의지도 강한 모습이다. 삼성이 2년간 퇴보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SK가 이번에는 한국프로야구의 건재를 알려야 한다는 절대 명분이 주어졌다. 무한경쟁 체제의 SK에게는 코나미컵도 훈련과 실전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 특히 김성근 감독은 “2년간 코나미컵에서 한국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좋은 성적으로 한국에 돌아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상황은 SK에게 유리하게 흘러가는 모습이다. 재팬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일본 주니치는 ‘부동의 4번 타자’ 타이론 우즈가 미국으로 돌아갔다. ‘센트럴리그 공공의 적’ 요미우리 신문사가 주최하는 대회라 비협조적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방심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주니치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은 “주니치다운 야구를 할 것이다”고 출사표를 내던졌다. 승부사들은 패배를 용서하지 않는 법이다. 지난해 니혼햄도 페르난도 세기뇰이 코나미컵을 불참했지만 결국에는 우승했다. 2년 전 지바 롯데 순회코치로 활동하며 코나미컵에 참가한 기억이 있는 김성근 감독은 가장 최근까지 일본야구를 접한 ‘진정한 지일파’다. 주니치에 대한 정보분석은 물론 대만 퉁이에 대한 자료도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과 달리 준비기간이 꽤 있었던 만큼 철저한 준비로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는 모습. SK 선수들도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세를 이어감과 동시에 계속되고 있는 살얼음판 무한경쟁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김성근 감독의 SK가 주니치와 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패배로 점철된 코나미컵의 역사를 바꿔놓을 수 있을지 도쿄돔에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05년 롯데전서 홈런을 맞은 배영수-2006년 라뉴전에서 홈런을 허용한 임창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