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인 한국영화가 90년대 이후 쇠퇴한 홍콩영화와 닮았다는 지적이 있어 눈길을 끈다.
홍콩영화는 80, 90년대 아시아에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쇠퇴하기 시작했다. 최근 할리우드에서 홍콩영화를 리메이크한 ‘디파티드’가 아카데미상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지만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영화의 위기의 진단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영화의 위기가 홍콩영화의 쇠퇴와 닮았다.
이 보고서는 한국영화의 위기의 첫 번째 이유를 한국영화 창의성의 결여를 꼽으며 비슷한 소재와 완성도 낮은 스토리 전개로 영화의 질적 수준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폭과 코미디 등 제한적인 소재만을 다뤄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지 못하고 피로감이 누적됐다고 분석했다. 1990년 홍콩영화도 비슷한 소재와 배우들의 중복출연으로 창의성이 소멸돼 쇠퇴의 길을 걸었다.
또 투자를 통한 작품의 질적 제고가 아니라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려는 경향이 뚜렷하고, 창의적인 작품 공급 부족으로 한국영화산업의 선순환구조가 와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전문지 버라이어티의 수석국제평론가 데릭엘리도 “한국영화에서 소재와 창조성이 고갈된 것이 가장 문제이다. 재정적인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가능하지만 창조성과 에너지의 부족이야말로 한국영화의 위기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근 순수 창작물이 줄어들고 인기만화나 소설,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국영화의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지표다.
위기의 한국영화가 과거 홍콩영화의 쇠퇴를 걷지 않기 위해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창의성이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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