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후기리그 SK텔레콤과 CJ의 경기에서 최연성(24)이 초반 불리함을 딛고 보여준 역전승은 많은 e스포츠 팬들에게는 화제거리였다. 9개차이의 팩토리 숫자를 뒤집는 역전승도 짜릿했지만, 최연성이라는 대형 선수가 오랜만에 멋진 활약을 한 것에 더 열광한 것.
최근 팬들의 관심을 끄는 한가지 요소를 꼽자면 올드게이머들의 활동을 말할 수 있다. e스포츠의 아이콘이라 불리며 공군 입대 이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황제' 임요환(27, 공군), 3년간 7억 5천만원의 대형 계약에 성공한 이윤열(23, 위메이드), 2년 10개월만의 MSL 4강 진출을 해낸 서지훈(22, CJ), 은퇴 복귀 이후 프로리그 공식 데뷔전서 아쉽게 패배한 김동수(26)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이들이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후기리그 들어 올드게이머 한 명의 출전 소식은 어디에도 들리지 않는다. 한때는 '황제' 임요환과 나란히 쌍벽을 이루며 e스포츠 간판 선수로 불린 '폭풍 저그' 홍진호.
KTF 월간 로스터와 경기장에는 모습을 비춰주지만 정작 경기로는 지난 9월 열린 이벤트전인 올스타전 출전이 마지막이다. 대폭적인 선수단 개편에도 로스터에 꾸준히 들어있는 그를 보면서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항상 기대하지만, 매주 목요일 받아내는 출전 선수 리스트에는 빠져있다. KTF 김철 감독은 "홍진호 선수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다"는 짧은 대답을 할 뿐 더 이상의 말이 없어 내부경쟁에서 밀리지 않냐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할 뿐이다.
과거 IS 시절 임요환, 이윤열과 함께 홍진호와 생활한 바 있는 위메이드 김양중 감독은 대표적인 올드게이머인 세 선수에 대해 "스타로 흥행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이 고루고루 갖춘 선수라고 생각한다"라며 "(임)요환이는 90% 이상 노력으로 만들어진 선수이다. 윤열이는 노력도 많이 하지만 재능이 받쳐주는 선수이다. 천재성과 노력을 모두 갖춰서 만들어진 선수는 (홍)진호"라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e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이다. 경기의 승패도 노력하는 선수가 가져간다고 생각한다. 더 노력하는 선수가 승리를 거머쥔다는 생각은 바뀔수도 없고 진리이다. 자기 관리를 분명하게 하는 선수는 앞으로도 계속 출전의 기회를 잡겠지만 노력하지 않는 선수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며 "최근에 홍진호가 부진을 면치못하는 이유는 자기관리의 실패라고 생각한다"며 꼬집었다.
프로에게 있어 자기관리는 중요하다. 시작 초기에는 누구나 상당한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뛰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매너리즘에 젖거나 좌절감에 무너질 수 있다. 출범 5년째로 아직 걸음마 단계인 프로리그와 곧 10돌을 맞는 e스포츠를 위해 그동안 노력해준 올드게이머들의 분발을 한 번 더 부탁하고 싶다.
올드게이머들은 헌신적인 노력으로 e스포츠 발전을 위해 이바지 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끊임없는 노력과 변신으로 자신 자신을 가꿀 줄 아는 선수들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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