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파티걸 패리스 힐튼이 한국에 왔다. 7일 밤 일본을 거쳐 김포공항에 도착한 그녀, 수많은 한국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4박 5일의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힐튼을 바라보는 국내 네티즌들의 시선은 어떨까. 냉탕 열탕으로 확연하게 나뉘어 있다. '할리우드의 악녀가 한국에 온 게 환영할 일이냐'는 냉소와 '세계적인 패션 아이콘을 직접 보게돼 기쁘다'는 기대의 두 가지 반응이다.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스타 석호필이 지난해 한국을 찾았을 때처럼 일방적인 환영 분위기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같은 국내 반응의 이유는 물론 힐튼의 예사롭지않은 과거 행적이다. 힐튼호텔의 상속녀이기도 한 그녀는 각종 기행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더니 급기야 올 초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전세계 연예 뉴스를 장식했다. 지난해 9월 음주 운전 단속에 걸려 벌금형과 36개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지난 2월말 다시 무면허 과속운전으로 적발된게 발단이었다. 경찰 조사 등에서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않다가 LA 지방법원으로부터 실형 판결을 받고 감옥에 들어갔다. 그러나 힐튼은 감옥행으로 미국의 모든 언론으로부터 올 상반기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뽑히는 파워를 과시했다. '셀리브리티 닷컴' '피플' 'Us' 등 주요 연예 매체는 물론이고 미국 주요 일간지들과 지상파 TV 뉴스에서조차 앞다퉈 힐튼 소식을 다뤘다. 이로 인해 미 언론인들 사이에는 '뚜렷한 직업조차 없으면서 가장 유명한 연예인(USA 투데이)' 힐튼의 보도에 대한 자성 여론까지 일고 있다. 배우, 탤런트, 가수, 모델 등을 섭렵했지만 어느 부분에서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지 못했던 그녀가 각 부문의 톱스타들을 능가할 정도의 유명세를 얻게 된 것은 수많은 기행과 힐튼 호텔 가문의 상속녀라는 신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감옥행이란 호재(?)가 겹치고 철창에 갇히며 흘렸던 그녀의 눈물 몇 방울이 화룡점정의 효과를 냈다. 힐튼은 감옥 바깥에 있을 때보다 안에서 더욱 많은 세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일거수 일투족이 방송에 보도됐고 미국의 저명 방송인 바바라 월터스와의 전화 인터뷰까지 진행됐다. 출소 후 그녀와의 첫 인터뷰를 놓고 미국 주요 방송국들은 거액을 부르며 캐스팅 전쟁을 불사했다. 힐튼의 한결같은 자세는 "난 참 바보처럼 살았다(I used to act dumb)"와 "앞으로는 이상한 일들을 벌이지 않고 착하게 살겠다"는 점. 세계적 '파티 걸'로 수많은 파파라치들을 늘 달고살면서 매일 밤 파티 주최와 염문, 파격적인 노출 등의 기행 등으로 할리우드 가십란을 달군 주인공이 인생을 확 바꾸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 네티즌들은 그녀의 말들을 그대로 믿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 관련기사 댓글에는 "30살 전까지 아이를 4명 낳겠다" "앞으로 10여년 남자와 잠자리를 않겠다" 등 힐튼이 지금까지 절대 지키지 못할 약속을 수도 없이 반복했었다는 사례까지 들었다. 한국 네티즌도 마찬가지. 미국 패션 중심가의 한복판에서 재벌 상속녀로 커온 그녀에게 패션 아이콘으로서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인간적인 측면으로는 아직까지 의문부호를 여러개 찍고 있다. 하얀 트레이닝복에 핑크빛 조끼를 참하게 걸치고 한국땅을 밟은 힐튼이 어떤 행동으로 한국민의 호감을 유도할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참이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