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주니치에 이겨도 고민인 속사정이 있다. 혹자는 '이기기나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객관적 전력상 열세인 SK로서는 8일 주니치와의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첫 경기를 잡으려면 총력전을 불사해도 이길까 말까인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SK의 궁극적 목표는 주니치전 승리가 아니라 우승이란 점이 딜레마의 출발이다. 굳이 따지자면 우승을 위해선 주니치와 첫 경기에 올인하지 않는 편이 전략적으로 나을 수 있다. 결승전에서 이겨야 진정한 승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승으로 우승하면 금상첨화겠지만 첫 경기를 내줘도 SK는 중국(9일)-대만(10일)을 이기고, 11일 결승전에서 주니치와 재대결하는 시나리오가 합리적이다. 이 경우, 8일 예선전서 지나치게 전력 노출을 하면 정작 결승전에서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주니치의 전력 분석요원은 무려 13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승 뒤 4연패를 당했던 니혼햄을 상대로 올 시즌 일본시리즈에서 고스란히 설욕전을 펼칠 수 있었던 요인도 '전력 분석의 힘'이란 평가가 일본 내에서 정설처럼 통하고 있다. 니혼햄 타선이 시리즈 내내 무기력했던 데는 주니치 투수진의 구위가 좋은 이유도 있었지만 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포수 다니시게의 리드와 타구 방향까지 예측한 수비 시프트의 성공에 있었다. 그렇기에 SK로서는 8일 승패 못지않게 주니치 전력 분석팀의 눈을 피해가야 한다는 과제가 함께 걸려있는 셈이다. 김성근 SK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초반 2연패를 당했을 때도 "4승해야 우승"이란 말로 여유를 잃지 않았다. 코나미컵에서도 '첫 경기를 내줘도 우승할 수 있다'는 전략 하에 대만 퉁이전에 포커스를 맞출지, 아니면 오치아이 주니치 감독과의 '진검승부'를 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sgoi@osen.co.kr 김성근 감독-가토 투수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