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감독 선임, 원칙과 기준 지켜지나?
OSEN 기자
발행 2007.11.08 09: 12

모든 게 불분명하다. 원칙과 기준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한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 차기 사령탑을 놓고 막연한 추측들이 난무한 가운데 설왕설래가 거듭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는 핌 베어벡 감독의 사임 이후 3개월 이상 공석인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위한 기술위원회가 열렸다. 그러나 이날 역시 별다른 성과없이 끝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무 기술위원장은 이날 "11월까지 정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후보군도 거의 좁히지 못한 상태"라고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언론들은 일찌감치 국내파 후보군과 해외파 후보군을 발표할 정도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부분이 축구협회 관계자나 축구인, 일부 기술위원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얘기를 토대로 했다. 물론 후보군에 든 인물의 이름이 공개적으로 거론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온갖 억측과 혼란은 점차 가중되고 있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기술위원단이 이미 후보를 뽑아놓고도 발표를 미루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더구나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질과 능력을 토대로 검토하고 있다"는 기술위가 발표한 최초 원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한때 모 프로팀 감독이 유력한 국내파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가 단 한 경기 패배로 후보군에서 제외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만약 이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기술위가 줄곧 강조하던 원칙에서도 어긋나는 셈이다. 한 원로 축구인은 "기술위원들이 올해 얼마나 많은 프로팀 경기를 지켜봤는지 궁금하다"면서 "과연 제대로 관전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능력이 출중한 사령탑을 뽑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한다. 또다른 축구인은 "파리아스 포항 감독이 물망에 올랐다고 하나 기술위원중 몇 명이나 포항의 경기를 지켜봤느냐"면서 "대부분 직접 보지도 않은 채 언론 보도를 통한 분석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일단 이 기술위원장의 말대로라면 아직 후보군조차 제대로 가려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이 위원장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연봉이나 조건 등은 기술위가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해외파 감독을 선임한다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해당 후보의 기본 조건은 물론 현재 소속팀에서의 위상과 입지 등도 포함된다. 아직 전 소속팀과 계약도 채 끝나지 않은 해외파 사령탑을 섣불리 데려온다고 발표했다가 괜한 망신만 살 수도 있다. 지난 2006 독일월드컵 본선행을 이끈 본프레레 감독의 퇴진 이후 한국 대표팀 사령탑은 외신들로부터 '독이 든 성배'라는 달갑자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부담과 위험도가 큰 직책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주위 잡음이 없기 위해서라도 명확한 원칙과 기준만큼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게 대한축구협회를 바라보는 대다수의 시각이다. yoshike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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