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모비스의 세대교체 '명암'
OSEN 기자
발행 2007.11.08 13: 48

[OSEN=이상학 객원기자] 역시 쉽지 않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에 빛나는 울산 모비스에서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1라운드 8경기를 치른 가운데 2승 6패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로 떨어졌다. 디펜딩 챔피언이 다음 시즌서 6강 플레이오프에도 오르지 못한 경우는 지난 2001-02시즌 서울 삼성이 유일하다. 당시 삼성의 순위는 8위였다. 하지만 올 시즌 모비스의 추락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양동근과 김동우의 군입대, 크리스 윌리엄스와의 이별로 추락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오히려 모비스는 올 시즌을 통해 밝은 미래를 그리겠다는 계획이다. ▲ 세대교체의 중심 함지훈 2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할 때도 모비스에는 유망주가 넘쳤다. 김효범과 김학섭이 대표적이었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뽑은 김효범과 2005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4순위로 지명된 김학섭은 지명 순위가 말해주듯 굉장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우승권에 있었던 팀 전력상 중용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들에게 올 시즌은 자신들의 가능성을 입증할 기회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여니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올 초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0순위로 모비스 유니폼을 입은 함지훈이다. 함지훈은 8경기에서 경기당 31.0분을 소화하며 평균 16.3점·6.5리바운드·2.5어시스트·야투성공률 62.0%라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국내 선수 득점 4위이자 리바운드 1위이며 야투성공률은 전체 3위다. 한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7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본으로 올리는 꾸준함까지 보였다. 지난 10월18일 대구 오리온스와의 공식 개막전에서 18점·8리바운드로 범상치 않게 데뷔, 강한 인상을 남긴 함지훈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붙으며 위력을 더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는 4쿼터 승부처에서도 팀의 주요 공격옵션으로 활용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중앙대를 졸업한 함지훈은 대학리그에서도 경쟁력 있는 빅맨으로 명성을 떨쳤다. 이미 그때부터 프로무대에서 도태된 토종 빅맨들과 차별성을 두었다. 뛰어난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안정된 골밑 스텝과 양손을 모두 사용하는 골밑슛 그리고 정확한 중거리슛까지 공격 루트도 다양했다. 점프력이나 스피드 같은 운동 능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유연한 몸놀림과 영리한 플레이는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당초 기대보다 미끄러진 10순위로 모비스에 지명됐지만 출전 시간을 고려하면 함지훈에게는 오히려 득이 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함지훈은 당당히 모비스 세대교체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 김효범과 김학섭의 딜레마 함지훈이 꾸준한 활약으로 빠른 적응 속도를 보이고 있는 반면 김효범과 김학섭은 고전하는 면이 없지 않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당당히 주전이 됐지만 아직은 완전치 않은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사실 기록상으로는 예년보다 많이 나아졌다. 김효범은 평균 12.3점을 올리고 있고, 김학섭은 평균 11.점·4.4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출전시간이 늘어난 만큼 기록 수치가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꾸준하지 못하고 효율적인 플레이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효범의 경우에는 꾸준함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오리온스와의 공식 개막전에서 데뷔 후 최다 득점(20점)을 올리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은 김효범은 바로 다음 경기인 서울 SK전에서 29점을 폭발시키며 잠재력을 터뜨리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경기에서 득점은 10-17-6-10-7-3점으로 들쭉날쭉하거나 점점 떨어지고 있다. 야투성공률도 66.7%를 찍었던 SK전을 기점으로 딱 한 번 50%를 넘었을 뿐이다. 유재학 감독의 믿음 아래 꾸준히 주전으로 출장하며 출전시간을 보장받고 있지만 고정적으로 득점을 올려줄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3점슛 시도(49개)가 2점슛 시도(34개)보다 훨씬 많고 자유투(12개)를 얻어내는 힘이 부족한 탓이다. 김효범의 들쭉날쭉한 득점력을 포인트가드 김학섭과도 무관하지 않다. 전주고 시절에만 하더라도 ‘천재’ 포인트가드로 명성을 떨친 김학섭은 지난 시즌에도 양동근의 백업 포인트가드로 간간히 출장할 때마다 정확한 패스워크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주전이 된 올 시즌에는 패스의 날카로움이 지난 시즌만 못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야투 시도가 78개로 김효범(83개)과 맞먹을 정도로 지나친 공격 가담이 독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떨어지는 탓도 있지만 코트 전체를 조망하는 시야가 부족하고, 패스가 선수들 입맛에 들어맛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학섭으로서는 코트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인 것이다. ▲ 인내와 고난의 세대교체 유재학 감독은 수비와 조직력은 무엇보다 강조하는 사령탑이다. 2004-05시즌을 앞두고 모비스에 부임할 때 가장 먼저 공 들인 것이 바로 수비였다. 모비스는 지난 2시즌 연속 최소 실점을 기록한 팀이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평균 85.3실점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공격은 물론 수비의 핵심선수들이 줄줄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수비 조직력을 다시 가다듬기란 역시 쉽지 않았다. 김학섭과 김효범에 함지훈도 아직 수비에서는 큰 위력을 보이고 있지 못한 실정. 최악의 외국인 듀오로 평가되는 키나 영과 케빈 오웬스는 말할 것도 없다. 맨투맨은 물론 지역방어까지 안 되는 것도 두 외국인선수의 탓이 크다. 게다가 승부처에서 고비를 넘기지 못하거나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지난 10월20일 SK전에서 84-82으로 짜릿한 승리를 따냈지만, 이후 승부처에서 집중력 부족으로 무너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젊고 패기는 넘치는 선수들이 갖는 한계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에서 나타나는 법이다. 아직 들쭉날쭉한 기량의 젊은 선수들에다 외국인선수들마저 최악의 플레이를 보이는 바람에 모비스의 팀 경기력도 매게임마다 그랬다. 한 경기 내에서도 그 기복이 눈에 보일 정도. “수준 이하의 경기”라는 유재학 감독의 한탄이 앞으로도 좀처럼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세대교체는 인내와 고난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지난 2시즌 동안 최강 군단으로 승승장구한 모비스에는 2004-05시즌이라는 인고의 세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2004-05시즌 모비스가 집중적으로 키운 선수들이 바로 양동근과 김동우 그리고 이병석이었다. 비록 쉽지 않은 세대교체로 명과 암이 뚜렷하지만 모비스에 유망주들이 많다는 것은 희망적이다. 김효범·김학섭·함지훈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신인 가드 박구영까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출전시간이 곧 성장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모비스에 세대교체는 고되지만 참된 시간이 될 것이다. 함지훈-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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