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짜리 루키 김광현(SK)이 일본 열도를 충격속으로 몰아넣었다. 눈부신 호투로 아시아제왕을 노리는 일본시리즈 우승팀의 자존심을 철저하게 무너뜨렸다. 김광현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제 3회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첫 경기에 선발등판해 7회 2사까지 3안타(3볼넷)만 내주고 5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며 1실점으로 막는 기막힌 호투를 펼쳤다.(SK 6-3승) 주니치는 클라이맥스시리즈에서 한신과 요미우리를 전승으로 누르고 일본시리즈에서는 니혼햄을 4승1패로 일축한 강팀. 그러나 고졸루키의 눈부신 호투에 53년 만에 두 번째 일본시리즈 우승컵을 거머쥔 주니치의 자존심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김광현은 올해 14승 8패, 평균자책점 3.59, 탈삼진 177개를 기록한 주니치 선발투수 나카타 겐이치를 상대로 주눅들지 않는 피칭을 했다. 1회초 잠시 흔들렸으나 위기를 벗어난 뒤 생글생글 웃으면서 주니치 타자들을 요리했다. 1회 톱타자 아라이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고 1사후 모리노를 볼넷으로 출루시켜 1, 3루 위기를 맞았으나 나카무라를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하고 위기를 벗어났다. 2회와 3회는 탈삼진 4개를 곁들어 삼자범퇴로 막았다. 4회와 5회는 잇따라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후속타자들을 침착하게 잠재웠다. 2회부터는 좌우 구석을 찌르는 직구 컨트롤이 잡히면서 안정을 찾았다. 직구도 130km대 중반과 140km 초반으로 나눠 완급조절했고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던졌다. 4번타자 타이론 우즈가 빠진 주니치 타자들은 타점 높은 김광현의 피칭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광현은 6-0으로 크게 앞선 7회 말 2사 1루까지 막고 왼손에 생긴 물집으로 강판했다. 김광현은 구원투수 조웅천이 대타 이노우에게 투런홈런을 맞는 바람에 아쉽게도 1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김광현이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까지 도쿄돔을 찾은 일본 팬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김광현의 피칭을 지켜볼 뿐이었다.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끈 '명장'오치아이 히로미쓰 주니치 감독도 덕아웃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김광현의 호투를 지켜보았다. 김광현은 경기 도중 일본 T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긴장감을 가졌는데 (막상 일본타자들을 상대해보니) 한국 타자들과 차이가 없다"며 일본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까지 하면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교시절부터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김광현의 강심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광현은 이번 코나미컵 호투로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드러냈다. 지난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호투로 선발승을 따내고 팀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1승2패로 뒤진 가운데 2승2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고 파죽의 4연승 우승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국시리즈의 물줄기를 돌려놓은 호투에 이어 코나미컵에서도 인상적인 피칭으로 한국의 첫 코나미컵 제패 가능성을 밝혀 놓았다. 특히 김광현은 이번 호투로 한화 구대성을 잇는 일본 킬러로 급부상하고 있다. 향후 국제전에서 일본을 상대하는 대표팀 간판투수로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