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준비하고 있는 ‘호시노 재팬’이 기동력의 야구로 완전하게 탈바꿈할 조짐이다. 오가사와라 미치히로, 다카하시 요시노부(이상 요미우리) 등 왼손 거포들이 부상을 이유로 대표팀을 고사한 가운데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발 빠른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기동력의 스몰볼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특히 1번 가와사키 무네노리(소프트뱅크)-2번 니시오카 쓰요시(지바 롯데)-3번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로 이어지는 막강 상위타순으로 승부를 걸 요량이다. ▲ 막강 1-2-3 라인 일본은 효율적인 타선의 연결로 전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중심에 바로 1-2-3 라인이 있다. 상위타순에 빠르고 재치있으며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교타자들을 집중 배치, 연결성을 통해 약화된 중심타선의 파괴력을 벌충하겠다는 게 호시노 감독의 의중이다. 무엇보다 1-2-3 라인에 대한 믿음이 있다. 가와사키(26), 니시오카(23), 아오키(25) 모두 20대 초중반의 전도유망한 젊은 피들로 일본에서 팍팍 밀어주고 있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왕정치 감독이 이끈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은 한국과의 준결승전에서 스즈키 이치로를 3번으로 내리고 9번 가와사키-1번 아오키-2번 니시오카로 이루어진 타순을 짰다. 당시 이들 트리오의 도합 성적은 11타수 2안타 1볼넷으로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는 9번 아오키-1번 가와사키-2번 니시오카로 타순을 다소 변경했지만 결과는 11타수 2안타 1볼넷에 3득점이 추가됐다. 하지만 2경기 모두 팀 승리로 이어졌고 이들에 대한 기대도 더욱 커졌다. 비록 국제대회 성적은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자국리그 성적은 그들에 대한 일본의 기대와 한국의 우려를 그대로 입증하고 있다. 중고신인이라 실질적인 데뷔 첫 해이던 2005년 이치로에 이어 일본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 한 시즌 200안타(202개)를 돌파한 아오키는 올 시즌에도 143경기에서 타율 3할4푼6리를 기록, 센트럴리그 타격왕에 오르는 등 193안타(2위)·114득점(1위)·17도루(7위)로 활약했다. 니시오카 역시 130경기에서 타율 3할(7위)·148안타(7위)·76득점(5위)·27도루(5위)를 기록했으며 가와사키도 95경기에서 타율 3할2푼9리·23도루(8위)를 마크했다. 타격과 주루 능력을 두루 갖춘 일본 최고의 교타자들인 것이다. 물론 아오키는 올 시즌 20홈런을 때릴 정도로 펀치력까지 갖춘 명실상부한 ‘제2의 이치로’다. ▲ 1-2-3 라인 어떻게 막나 지난해 WBC에서 한국은 일본과 3차례나 대결했다. 주로 대수비 및 대주자로 출장한 아오키는 2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고, 니시오카는 13타수 3안타 2득점을 기록했다. 가와사키 역시 10타수 2안타 1득점 1볼넷으로 한국전에서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는 데는 실패했다. 도루는 니시오카가 기록한 하나가 전부였다. 세 선수의 WBC 한국전 도합 성적은 타율 2할에 불과했다. 한국 배터리가 이들을 효과적으로 제어한 셈이다. 무엇보다 출루를 원천 봉쇄함으로써 신경 거슬릴 일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마운드는 WBC 때와는 거리가 있다. 또한 호시노 감독은 WBC 때와 달리 이번에는 가와사키-니시오카-아오키로 연결되는 상위타순을 확실하게 밀어 붙이기로 천명했다. 호시노 감독은 왕정치 감독보다 조금 더 세밀하고 조직적인 스몰볼을 표방하고 있다. 올초 ‘호시노 재팬’이 닻을 올리면서 정보 수집에도 그 어느 때보다 충실했다. 결정적으로 가와사키-니시오카-아오키 모두 WBC라는 큰 대회를 치른 후 한 단계씩 더 성장했다. 한국으로서는 WBC는 잊고 제로베이스에서 분석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최고의 대비책은 WBC 때처럼 이들의 출루를 봉쇄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되지 않을 때에는 결국 포수들의 능력이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배터리 입장에서는 줄줄이 사탕처럼 한데 붙어 엮어나오는 1-2-3 라인이 위협적일 수 밖에 없다. 아직 한국대표팀도 포수 엔트리를 확정짓지 못한 상황이다. 국제대회에서 마스크를 많이 쓴 ‘앉아 쏴’ 조인성은 WBC에서 이치로에게 3개, 니시오카에게 1개씩 도루를 허용했다. 도루저지율은 제로였다. 도루 견제가 철저한 일본리그에서 길들여진 일본 주자들은 강견 조인성조차 쉽게 저지할 수 있는 상대들이 아니다는 점은 한국 배터리를 강하게 압박할 전망이다. ▲ 일본 1-2-3 라인 대항마 한국도 그 어느 때보다 기동력이 주목받고 있다.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김경문 두산 감독은 선수들에게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장려한다. 아직 최종 엔트리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표팀에도 ‘2007년 도루왕’ 이대형(53개)을 비롯해 이종욱(47개)·고영민(36개)·정근우(24개) 등 언제든지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단기전 속성상 투수전의 싸움이 될 공산이 큰 만큼 김경문 감독도 스몰볼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며 일본의 1-2-3 라인에 대항할 수 있는 발야구 라인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팀은 지난 5일 상비군과의 1차 평가전에서 9번 고영민-1번 이종욱-2번 이대형으로 타순을 짰다. 가와사키-니시오카-아오키에 견줄 만한 타순 조합이었다. 결과는 12타수 4안타 4타점 3득점 1도루였다. 이종욱은 3점 홈런을 날렸고 이대형은 내야안타만 2개나 기록했다. 그러나 특별한 연속성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막 실험 가동에 들어간 만큼 당장 유기적인 연결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남은 훈련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보완한다면 거포가 부족한 대표팀 사정에서는 일본의 1-2-3 라인 못지않은 대항마로 발야구 라인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3월 5일 도쿄돔서 열린 WBC 아시아라운드 한일전서 니시오카가 2루 도루에 성공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