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4인 4색' 올림픽 예선 대표팀 포수
OSEN 기자
발행 2007.11.10 10: 43

[OSEN=이상학 객원기자] 야구대표팀 사령탑 김경문 두산 감독은 현역시절 수비형 포수로 활약했다. 포수는 무조건 투수 리드와 수비가 우선이라는 것이 김 감독의 오래된 철칙이다. 한국야구의 명예 회복과 베이징 올림픽 티켓 획득이라는 중책을 안고 생애 처음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과연 누구에게 포수 마스크를 맡길지 고민 중이다. 현재 엔트리에 포함된 포수는 SK 박경완(35), 삼성 진갑용(33), LG 조인성(32), 롯데 강민호(22) 등 4명. 이 가운데 2명만이 대표팀에 승선할 예정. 저마다 색깔이 뚜렷해 김 감독으로서는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 박경완 ‘리드의 달인’ 당대 최고의 공수겸장 포수로 평가되는 박경완은 대표팀 포수 중 최고령이다. 각종 부상이 겹친 지난해만 하더라도 서서히 노쇠화 기미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없지 않았지만 올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SK를 팀 방어율 전체 1위(3.24)로 이끌었고, 도루저지율도 전체 1위(0.376)를 차지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현란한 볼 배합을 앞세운 투수 리드와 효과 적절한 피치아웃으로 두산이 자랑하는 '육상부'들을 성공적으로 저지했다. 한국시리즈 도루저지율도 4할4푼4리(4/9)였다.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주니치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도 박경완의 투수 리드는 ‘큰 투수’ 김광현의 숨은 잠재력을 다시 한 번 이끌어냈다. 포수로서 능력만 놓고 볼 때는 박경완이 주전 마스크를 써야 마땅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적은 국제대회 경험과 체력적인 문제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박경완은 명성에 비해 국제대회 경력이 많지 않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 유일한 국제대회 경험. 당시에도 주전이 아닌 백업으로 2경기에 나선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119경기를 소화하고 한국시리즈 6경기에 이어 코나미컵까지 뛰고 있어 체력적으로도 걱정되는 것이 사실. 하지만 대표팀 마운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박경완을 외면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 진갑용 ‘풍부한 경험’ 진갑용은 지난해 FA가 되어 삼성과 3년간 최대 26억 원에 재계약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베테랑이었지만 역대 FA 포수 중 최고 대우를 받았다. 한국시리즈 2연패와 삼성이라는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했으나 그만한 대우를 받을 만한 실적을 보였다. 진갑용이 본격적으로 풀타임 주전이 된 2001년 이후 삼성의 팀 방어율은 3차례나 전체 1위에 올랐다. 한국시리즈에서도 2005년(1.15)·2006년(1.83) 모두 1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다. 역대 한국시리즈 팀 방어율 1위·5위에 해당하는 수치. 투수들의 능력도 좋았지만, 진갑용의 리드와 수비를 떼놓고 볼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시리즈뿐만 아니라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다. 특히 WBC에서는 멕시코와 미국전에 주전으로 출장, 팀 방어율 2.00을 이끌었다. 그만큼 경험이 풍부하고 실적도 좋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타격이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지만, 수비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도루저지율 역시 3할6푼5리로 전체 3위였다. 박경완이 안정된 리드로 투수들을 안심케 한다면, 진갑용은 안정된 포구로 투수들의 신뢰를 얻는다는 평이다. ▲ 조인성 ‘최고의 강견’ 역대 FA 포수 최고액 경신에 도전하고 있는 조인성은 올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FA 시장에서도 김동주와 함께 최대어로 분류되고 있다. 전형적인 ‘FA로이드’라는 평가가 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포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지는 오래. 포수로서 타고난 하드웨어는 가장 큰 재산이다. 특히 어깨 하나는 최고다. 지난해까지 조인성은 849경기에서 도루저지율 4할4푼5리를 기록, 500경기 이상 출장한 포수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올 시즌에도 도루저지율은 3할6푼4리로 전체 4위였지만, 조인성의 어깨를 의식했는지 상대의 도루 시도 횟수가 주전 포수 중 가장 적은 77회밖에 되지 않았다. 국제대회 경험도 풍부하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콜드게임승을 확정짓고 박찬호와 뜨거운 포옹을 나눈 포수가 바로 조인성이었다.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특히 WBC에서는 일본과의 3차례 경기에서 모두 주전으로 출장해 2차례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러나 투수 리드와 볼 배합에서는 포수의 기본을 강조하는 김경문 감독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하지만 박찬호가 가장 선호하는 포수가 조인성이라는 점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 강민호 ‘넘치는 패기’ 강민호는 특별하다. 롯데에서 이대호와 함께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 중 하나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박경완에 이어 실로 오랜만에 등장한 고졸 주전포수라는 사실이 강민호를 특별하게 만든다. 포수 포지션은 초기 진입 장벽이 매우 두텁고 높기로 유명하다. 포지션 속성상 베테랑들이 더 중용되는 법이다. 하지만 강민호는 프로 3년차 때부터 최기문의 부상을 틈타 주전자리를 꿰차며 8개 구단 중 가장 어린 주전포수가 됐다. 공격적인 투수 리드와 쏠쏠한 타격으로 잠재된 가능성을 실현시키는 데 성공했다. 물론 포수로서 부족한 점도 많지만 이제 겨우 22살밖에 되지 않은 젊은 피라는 점은 희망을 갖게끔 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강민호는 필리핀-태국-중국 등 약체들과의 예선 3경기에서 마스크를 썼다. 대표팀이 대만과 일본에 연이어 패하며 충격파를 맞은 터라 아무도 강민호를 주목하지 않았다. 설사 좋은 활약을 펼쳤더라도 변별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대팀들이었다. 주전포수로 2년차를 맞은 올 시즌에도 강민호는 경기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한계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젊은 선수들에게는 통과 의례와 같은 성장통이었다. 하지만 아직 군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동기부여 뚜렷한 젊은 포수라는 점은 강민호의 넘치는 패기를 기대케 하고 있다. 박경완-진갑용-강민호-조인성(왼쪽부터 시계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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