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축구 가을 잔치의 주인공은 포항 스틸러스였다. 정규리그에서 5위를 차지했던 포항은 챔피언 결정전까지 무패행진을 달리며 15년 만에 우승컵을 탈환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재미있는 현상은 '골대 징크스'였다. 포항을 만나는 팀마다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면 줄지어 무릎을 꿇었다. 11일 오후 3시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포항은 골대를 맞히고도 활짝 웃을 수 있었다. 0-0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그라운드는 전반 41분 따바레즈의 놀라운 슈팅이 크로스바를 때리며 불꽃이 튀었다. 성남 벤치로서는 조심스레 ‘골대 징크스’를 생각할 수도 있던 상황. 골대를 맞히는 팀은 이기지 못한다는 축구계의 오랜 속설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포항은 2분 뒤 슈벵크가 성남 문전 중앙에서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네트를 갈랐다. 사실상 포항의 우승을 확정짓는 득점포.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포항은 이번 포스트시즌서 골대를 맞히는 데 익숙했다. 그럼에도 결국에는 미소를 지었다. 지난 주말 포항 스틸야드에서 치러진 홈 1차전에서도 포항은 박원재의 첫 골이 골대를 맞고 나온 따바레즈의 프리킥에서 이어졌다. 반면 성남의 남기일이 시도한 회심의 슈팅은 골대를 맞고 다른 곳으로 흘렀다. 포항의 3번째 골도 골대 맞고 나온 슛에서 비롯됐다. 2-0으로 앞선 후반 29분 고기구의 헤딩슛이 크로스바를 튕긴 뒤 이광재의 발 앞으로 떨어져 쐐기골로 이어지는 운이 따랐다. 골대가 포항을 도운 것은 이뿐 아니다. 포항은 지난달 28일 울산 현대와 준플레이오프서는 상대 이상호가 두 차례 골대를 맞히는 바람에 2-1 승리를 거두고 수원 삼성과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챔피언 결정전에서 똑같이 찾아왔던 ‘골대를 맞히는 슈팅’. 포항은 웃었지만 성남은 가슴 쓰라린 징크스와 절망을 재확인해야 했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