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현-조동현,'쌍둥이 함께 날다'
OSEN 기자
발행 2007.11.12 08: 19

[OSEN=이상학 객원기자] 닮았다. 영락없는 쌍둥이다. 하지만 농구에서는 달랐다. 처음 농구공을 잡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한솥밥을 먹었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판이하게 달랐다. 더군다나 프로무대에서도 가족과 동지가 아닌 적과 라이벌로 마주쳤다.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쌍둥이 형제’ 조상현(31·LG)-조동현(31·KTF)가 그 주인공들이다. 인연의 실타래는 묘하게도 그들을 빗겨갔다. 2005-06시즌 중 형 조상현이 트레이드로 동생 조동현이 있는 부산 KTF로 이적했지만 그때 동생 조동현은 공익근무요원으로 팀을 잠시 떠난 상태였다. 형이 이듬해 곧바로 KTF를 떠나 프로무대에서 쌍둥이 형제는 한솥밥을 먹지 못했다. 서로 묘하게 엇박자를 그린 쌍둥이 형제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야 동시에 비상하며 쌍둥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어느덧 30대 베테랑이 된 쌍둥이 형제가 함께 훨훨 날고 있는 것이다. 조상현, 최고의 슈터 쌍둥이 형 조상현은 언제나 동생 조동현보다 더 높은 대접을 받았다. 대전고-연세대를 거치며 슛이 좋은 득점원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조상현은 프로에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들어왔다.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광주 골드뱅크(현 KTF)에 지명된 것이다. 데뷔 첫 시즌부터 지금은 창원 LG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현주엽과 1대1 맞트레이드로 청주 SK(현 서울 SK)에 우승청부사 대접을 받으며 이적, 주전멤버로 SK의 플레이오프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데뷔 첫 해부터 기대에 걸맞는 활약과 함께 우승을 맛본 행운아가 된 것이다. 과거 조상현은 슈터로만 한정짓기에는 득점루트가 다양했다. 트레이드마크인 폭발적인 3점슛은 물론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골밑 돌파력도 좋은 편이었다. ‘상대가 붙으면 돌파를 하고, 떨어지면 슛을 던진다’를 가장 잘 실천하는 선수가 바로 조상현이었으며 이는 그가 다른 슈터들과 차별되는 결정적 요소였다. 생애 최고였던 2000-01시즌 조상현은 무려 평균 20.6점을 올렸는 데 경기당 평균 5.2개의 자유투를 얻을 정도로 외곽포와 돌파의 균형이 잘 이루어졌었다. 그러나 상무에 다녀온 이후에는 골밑 돌파가 더 이상 예전만 못했고 경기력이 들쭉날쭉해진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완전한 슈터로 거듭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조상현은 올 시즌 10경기에서 평균 12.7점을 올리고 있다. 전성기와 비교할 때는 득점이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3점슛을 경기당 평균 3.0개나 터뜨리고 있다. 방성윤(SK·3.1개)에 이어 3점슛 부문 전체 2위. 3점슛 성공률도 49.2%로 전체 5위에 랭크돼 있다. 3점슛의 양과 질에서 조상현을 따라올 슈터가 없는 것이다. 조상현이 두 자릿수 득점을 한 6경기에서 LG도 전승했다. 폭발력에다 결정력까지 좋아졌다는 평. 특유의 '짝발 스텝'으로 던지는 3점포가 수비수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데는 딱이다. ‘정통슈터 조상현’의 재발견이다. 조동현, 최고의 허슬 형 조상현이 양지에서 승승장구했다면 동생 조동현은 음지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데 주력했다. 대전고-연세대에서 쌍둥이 형제로 명성을 날릴 때부터 그랬다. 조상현의 화려한 공격수로, 조동현은 묵묵한 수비수로 어필했다. 프로에 입단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상현이 전체 1순위로 당당히 프로에 입성했지만, 조동현은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인천 대우(현 전자랜드)에 지명됐다. 1라운드 지명이었으나 전체 1순위에 지명된 형 조상현에 비하면 사실 초라한 것이 사실이었다. 언제나 형 조상현이 위였고, 동생 조동현이 아래였다. ‘형만한 아우없다’는 옛말도 조동현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형 조상현이 최고의 득점원 중 하나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동생 조동현은 언제나처럼 상대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수비와 몸을 사리지 않은 허슬플레이로 차곡차곡 명성을 쌓고 가치를 높여나갔다. 프로 입단 초기에는 벤치멤버로 출발했지만 식스맨, 그리고 주전으로 계단을 밟아 올라가며 신분 상승을 이뤄냈다. 주전으로 나서며 자신감을 얻다보니 공격에서도 감춰진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공수 양면에서 쏠쏠한 선수로 발전했고, 모든 감독들이 한 명쯤 보유하고 싶은 선수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했다. 비로소 형의 그늘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올 시즌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코트로 복귀한 조동현은 10경기에서 평균 8.6점을 기록하고 있다. 수비를 무기로 하는 선수인 만큼 득점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초반에만 하더라도 2년간의 공백 탓인지 공수에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양희승-송영진에 가려 주전에서도 밀려났다. 하지만 최근 2경기에서 주전으로 출장, 20점대 득점을 올리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2경기 모두 3점슛도 3개씩 넣었다. 공격에서 적극적인 마인드로 들이댄 결과였다. 특유의 수비와 허슬플레이도 되살아났다. 조동현이 슈팅가드로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자 KTF도 팀 밸런스를 되찾은 모습이다. 쌍둥이의 비상 프로에 입단한 후 조상현과 조동현은 철저하게 희비쌍곡선을 그렸다. 데뷔 첫 해였던 1999-00시즌 형 조상현이 SK에서 우승이라는 희열을 맛볼 때 동생 조동현은 최하위로 추락한 신세기(현 전자랜드)에서 혹독한 프로 신고식을 치러야했다. 형 조상현의 SK와 동생 조동현의 SK 빅스(현 전자랜드)가 각각 4강과 6강에 오른 2000-01시즌, 형 조상현의 SK가 플레이오프 준우승을 차지하고 조동현의 SK 빅스가 6강에 오른 2001-02시즌이 그나마 함께 날아오른 경우였다. 단순히 팀 성적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동생 조동현이 2003-04시즌 전자랜드의 4강 진출에 한 몫 단단히 하며 나온 2004년 FA 시장에서 5년간 2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KTF 유니폼을 입을 때 형 조상현은 군복을 입고 상무에서 뛰고 있었다. 반대로 형 조상현이 2006년 FA 시장에서 5년간 3억4000만 원에 FA 대박을 터뜨리며 LG로 이적할 때 동생 조동현은 공익근무요원으로 코트를 떠나 있었다. 서로 다른 기간에 FA 시장에 나옴으로써 결과적으로 득이 됐지만 함께 주가를 올리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야 조상현과 조동현은 팀과 개인이 함께 훨훨 날며 쌍둥이 만세를 노래하고 있다. 형 조상현의 LG는 시즌 초반부터 안정된 전력을 과시하며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날카롭고 폭발력이 더해진 조상현의 3점포는 ‘신산’ 신선우 감독의 전술 다변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동생 조동현의 KTF 역시 외국인선수 전원교체를 통해 우승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했던 1라운드 초반 부진에서 벗어났다. 조동현의 끈끈한 수비와 과감한 공격이 무너진 조직력을 되살리며 KTF 팀 분위기를 고취시켰다. 언제나 엇박자를 그린 조상현-조동현 쌍둥이 형제.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올 겨울은 팀과 개인이 함께 나는 따뜻한 겨울이 될 것 같은 조짐이다. 조상현-조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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