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경쟁은 한다. 그러나 결과는 거기서 거기다. 만드는 사람만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닐 뿐 보는 이는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색깔 없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다. 뭔가 새로움은 추구했지만 뿌리가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11일 밤 첫 선을 보인 SBS ‘일요일이 좋다’가 대표적인 예다. ‘일요일이 좋다’는 ‘인체탐험대’ ‘기적의 승부사’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라는 세 개의 코너를 선보였다. 그런데 세 코너 모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인체탐험대’는 건강상식과 과학을 접목했다고 하지만 KBS 2TV ‘스폰지’나 케이블 TV의 숱한 호기심 해결 프로그램들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적의 승부사’는 KBS 1TV ‘가족오락관’과 별반 차이가 없는데 ‘기적’이라는 너무 거창한 제목이 달려 옷과 몸이 겉도는 느낌이다.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는 약간의 형식만 바꿔가며 해왔던 숱한 ‘만남 프로그램’과 다를 게 없었다. 그나마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가 새롭게 다가왔던 것은 우리나라로 시집온 외국인 신부들을 다뤘기 때문이다. ‘일요일이 좋다’는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결과 전국 시청률 8%의 성적을 거뒀다. 개편 전과 다를 게 없는 수치다. 프로그램 변경의 부담이 적은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특히 더 ‘같은 사람-비슷한 형식’이라는 지적을 자주 받고 있다. MBC ‘무한도전’의 영향을 받은 유사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것이 그렇다. SBS ‘라인업’은 대놓고 ‘무한도전’을 따라 하기로 나섰고 KBS 2TV ‘해피선데이’의 ‘하이파이브’도 결국엔 여성 멤버로 구성된 ‘무한도전’이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그나마 멤버라도 바꿨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무형식의 형식’을 차용했다는 원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출연진의 캐릭터화가 시급한데 이는 무엇보다 더딘 작업이다. 일요일 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 중에서도 그나마 자기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 코너들을 보면 예능이 가야 할 길이 나온다. MBC TV ‘일요일일요일밤에’의 ‘경제야 놀자’나 KBS 2TV ‘해피선데이’의 ‘불후의 명곡’ 같은 코너가 그렇다. 비록 MC는 새로울 게 없지만 남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형식을 도입(물론 최초는 아니지만)해 자리를 잡음으로써 고정 시청자층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MC에 대한 의존도가 특히 높아진 요즘의 예능 프로그램 상황에서 새로운 인물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형식이라도 좀 새로워야 하지 않을까. 주말 저녁, 가벼운 웃음으로 머리를 식히려고 하는 이들을 더 답답하게 해서는 안되겠다. 100c@osen.co.kr 11일 밤 첫 선을 보인 SBS ‘일요일이 좋다’의 개편 코너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