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를 해 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블록슛을 당하면 얼마나 팀 사기가 떨어지는지. 반면 블록슛에 성공한 입장에서는 2점을 빼앗아 온 기분, 아니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 지난 1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원주 동부의 경기서는 양 팀 통틀어 무려 17개의 블록슛이 나오는 등 적극적인 수비 농구가 펼쳐졌다. 이날 다른 곳에서 벌어진 서울 SK-부산 KTF전 4개, 전주 KCC-안양 KT&G전 2개, 창원 LG-울산 모비스전 6개와 비교하면 두 팀의 경기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67-63이란 스코어만 봐도 골밑서 펼쳐졌던 치열한 기싸움을 예상할 수 있다. 경기 내용 면에서도 전자랜드는 더글라스 렌 슛을 섀넌이 블록하고 강대협의 슛을 무어가 블록하는 등 동부의 높이에 밀리지 않았다. 특히 1쿼터에 정영삼(188cm)은 강대협(188cm)의 2점슛을 막아 블록슛이 신장이 큰 선수들의 전유물이 아니란 것을 잘 보여줬다. 블록으로 상대 슛을 막는 순간 관중들은 선수들에게 환호를 보내며 경기에 매료된다. 4일 삼성과 동부전에서 한때 KCC서 한솥밥을 먹던 표명일이 선배 이상민의 외곽포를 쳐낸 것도 팬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됐다. 그만큼 블록슛이 가지는 효과는 크다. 김주성과 오코사도 11일 경기서 각각 5개와 4개의 블록슛을 성공하는 등 골밑을 지켰고 이것이 동부 농구의 볼거리로 작용했다. 섀넌과 김주성은 서로의 슛을 블록하면서 접전을 펼치는 모습을 지켜보는 팬들은 즐겁기만 했다. 김주성의 움직임을 끝까지 관찰해 같이 뛰어올라 블록하는 섀넌, 섀넌이 슛하는 순간 김주성도 복수하는 듯 그를 찍어 누른다. 경기 결과는 '전자랜드의 승리, 동부 8연승 저지'로 끝났지만 팬들의 기억에 남는 '블록'이 많이 나왔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7rhdw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