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외국인 주심 부를 건가?
OSEN 기자
발행 2007.11.12 14: 56

프로야구로 치면 한국시리즈 7차전에 미국 메이저리그의 심판이 갑자기 와서 주심을 맡은 격이었다. 지난 11일 탄천 종합 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이날 역시 한국인 주심이 아닌 가슴에 독일축구협회 휘장을 단 독일인이 휘슬을 입에 물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연맹)이 지난 준플레이오프 이후 혹시 있을지도 모를 판정 시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독일에서 심판을 공수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 챔피언이 가려지는 최종전까지 외국인 주심에게 맡긴 것은 결국 연맹마저 한국인 심판진들에 대해 믿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그 정도로 한국인 심판들의 실력이 떨어지는 수준일까? 국제 축구계는 한국 심판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 AFC(아시아축구연맹)나 FIFA(국제축구연맹)가 주관하는 경기에서 한국인 심판들이 자주 주부심을 맡는다. 박성화 올림픽대표팀 감독도 "외국에서는 한국 심판진의 실력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여기에 심판 판정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연맹과 심판 개개인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심판진들은 정작 홈무대인 K리그에서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왜 그럴까?. 일단 심판진과 선수단간의 불신이 크다. 각 선수단은 심판들의 판정이 올바르지 않고 특정팀에 기울어져 있다고 여긴다. 또한 단순한 오심마저도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심판들 역시 오심이 나오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심판진에 대한 열악한 처우 역시 한국인 심판들을 흔들고 있는 또 하나의 요소다. K리그의 경우 주심에게 한 경기당 55만 원의 수당을 지급한다. 독일 분데스리가 주심이 경기 수당과 여러 가지 경비를 포함 약 55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것에 비해 너무나 열악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심판 계약마저 연맹에서 주관하고 있어 연맹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시스템도 문제다. 선수단들의 심판에 대한 태도도 좋지 않다. 준플레이오프 이후 경기에 나선 4팀 선수들은 주심의 서슬 퍼런 판정에 꼬리를 내렸다. 독일인 주심은 항의를 조금만 심하게 해도 옐로카드를 꺼내며 불필요한 항의를 사전에 방지했다. 한국인 주심들에게 의례적으로 심한 항의를 하던 선수들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경기에만 집중했다. 물론 이같은 모습은 평소 옐로카드를 아끼던 한국인 심판들이 자초한 면도 없지 않으나 평소 K리그 선수들이 얼마나 한국인 심판을 무시하는지 볼 수 있는 단면이다. 연맹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 연맹이 평소 심판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런 경기에서마저 국내 심판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니까 외국인 심판을 데리고 오면 된다라는 안일한 생각은 국내 심판들을 더욱 위축시킬 뿐이다. 그동안 K리그는 많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선수들의 기량도 많이 발전했고 경기의 재미도 더해졌다. 이번 포스트시즌뿐만 아니라 시즌 전체를 통틀어서도 명승부와 재미거리가 넘쳤던 K리그였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한국인이 아닌 독일인 주심이 나선 것은 발전하고 있는 K리그의 어두운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 모든 것이 결국에는 연맹 구단 심판 지도자 선수 등 모든 축구인의 책임으로 귀착된다는 점을 프로축구계가 제대로 깨닫기를 기대한다. bbadagun@osen.co.kr 지난 11일 가슴에 독일축구협회 휘장을 단 유니폼 차림으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 피터 가겔만 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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