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계투, FA 시장 대우가 달라졌다
OSEN 기자
발행 2007.11.13 08: 31

[OSEN=이상학 객원기자] 모든 프로선수들에게 FA 자격 취득은 가장 큰 목표다.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표는 곧 꿈이 된다. 무려 9시즌을 꼬박 채워야 FA 취득이 가능한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특히 중간계투 투수들이 FA 시장에서 느끼는 괴리감은 매우 크다. FA 자격을 얻는 것 자체가 중간계투들에게는 쉽지 않다. 하지만 중간계투에 대한 현대야구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FA 시장에도 그 대우가 달라지고 있다. 역대 FA 시장 중간계투들의 사례가 잘 말해주고 있다. ▲ 송유석과 김정수-비운의 FA 1999년 말 프로야구에는 첫 FA 제도가 도입됐다. 구단들은 물론 선수들에게도 FA 제도 자체가 생소했다. 하지만 꾸준한 활약으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FA 계약 1호’ 송진우는 3년간 7억 원에 계약했고, 이강철과 김동수는 3년간 8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물가수준을 고려할 때에도 FA 대박까지는 아니었을지 모르나 적어도 선수들에게는 ‘FA=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동시에 FA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례도 남겨놓았다. 중간계투 송유석과 김정수가 그 비운의 주인공들이다. 1999년 LG에서 52경기에 등판, 82이닝을 던지며 5승3패5세이브를 기록하며 중간계투로 쏠쏠한 활약을 펼친 송유석은 시즌 종료 후 호기롭게 FA를 선언했다. 그러나 철저하게 외면을 당하며 FA 계약 마감시한인 이듬해 1월31일 LG와 7500만 원에 울며겨자 먹기로 1년 재계약한 후 곧장 한화로 트레이드돼야 했다. 김정수 역시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FA를 선언했지만, 송유석과 마찬가지로 어느 한 구단으로부터도 입질을 받지 못해 같은 날 5000만 원으로 연봉이 깎인 채 해태와 1년 재계약한 후 SK로 트레이드되고 말았다. 30대 중후반 베테랑들이라는 약점이 있었지만, 중간계투 FA에 대한 투자 마인드가 적었던 영향도 없지 않았다. ▲ 조웅천과 위재영-인식을 바꾼 FA ‘중간계투계의 대부’ 조웅천(SK)은 중간계투 FA에 대한 인식을 확 바꿔놓은 인물이다. 조웅천은 2003년 말, 4년간 17억5000만 원에 SK와 재계약하며 FA 대박을 터뜨렸다. 물론 2003년 조웅천은 6승5패30세이브 방어율 1.97을 기록한 마무리투수였다. 그해 구원왕이었으며 SK를 창단 첫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 이전까지 줄곧 중간계투로 활약한 투수였던 만큼 ‘중간계투 FA 대박’의 이미지가 강했다. 조웅천은 이후 3년간 중간과 마무리로서 158경기에서 17승12패20세이브27홀드를 기록, 올해 4년째 계약조건(연봉 2억3000만원)까지 채우는 성실함을 보였다. 중간계투 FA 대박이자 성공사례의 표본이다. 위재영도 중간계투 FA 대박 사례에서 빼놓을 수 없다. 현대에서 방출되고 SK로 이적한 2005년 위재영은 57경기에서 3승2패6세이브12홀드 방어율 1.89를 기록하며 셋업맨으로 완벽 변신했다. 과거 선발과 마무리로 활약한 위재영이었지만, 중간계투로도 정상급 활약을 펼친 것이다. 시즌 후 위재영은 3년간 8억 원에 SK와 FA 재계약을 체결했다. 그해 최고의 셋업맨을 섭섭하지 않은 대우에 잔류시키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위재영은 계약 첫 해였던 지난해 29경기에서 3승5패3홀드를 올리는 데 그쳤고, 올 시즌에는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시즌 후 방출됐다. ▲ 류택현과 조웅천-귀감이 되는 중간투수 FA 올 시즌 홀드왕(23개)을 차지한 LG 류택현은 1군 등록일수를 어렵사리 채우며 FA 자격을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994년 OB에 입단한 이후 14년 만에 얻은 소중한 기회. 류택현은 과감하게 FA 자격을 선언했고 지난 9일 LG와 3년간 최대 6억4000만 원을 받는 조건으로 LG와 재계약했다. 2년 계약 보장 및 1년 계약 옵션이지만, 류택현으로서는 충분히 성공적인 계약이라는 평이다. 무엇보다 류택현은 순수 원포인트 릴리프로서 1억원대 연봉과 함께 FA 중박을 터뜨렸다. 마무리 이전에 등판하는 프라이머리 셋업맨뿐만 아니라 원포인트 릴리프들도 이제는 FA 시장에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류택현에 이어 조웅천도 다시 한 번 FA 대박을 노리고 있다. 조웅천은 2003년 SK와 맺은 계약이 올 시즌을 끝으로 만료됐다. 하지만 올 시즌 조웅천은 64경기에서 74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3패9세이브16홀드 방어율 1.57로 맹활약, SK의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몫을 담당했다. 여전히 중간계투로 안정적이고 위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조웅천인 만큼 중간계투로는 드물게 두 번째 FA 대박을 기대해도 좋을 전망이다. 1999년 첫 FA 시장이 개막했을 때 FA를 선언한 5명 중 2명이 중간계투 FA였으나 결과적으로 안하느니만 못한 FA 선언이었다. 하지만 올해 FA를 선언한 6명 중 2명이 중간계투 FA이며 나란히 실적에 걸맞는 합당한 대우를 받거나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9년 당시 송유석(33)·김정수(37)과 올해 류택현(36)·조웅천(36)의 나이도 큰 차이가 없다. 자기관리만 잘 이루어진다면 중간계투 FA도 충분히 대접받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류택현과 조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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