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정규리그 1위를 했는데 우승하지 못했다. 내 지도력이 부족한 탓이다". 졌지만 아름다웠다. 모든 이슈가 프로축구 K리그를 제패한 포항 스틸러스와 이들을 이끈 브라질 출신 파리아스 감독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성남 일화 김학범 감독이 보여준 능력은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특히 책임론이 김 감독의 됨됨이를 알 수 있게 한다. 정규리그서 1위를 차지하고도 마지막 두 고비를 넘기지 못해 우승 트로피를 넘겨줘야 했던 쓰라림도 컸을 터. 김 감독은 모든 것을 자신 탓으로 돌렸다. 지난 11일 홈구장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성남은 전반 43분 포항 공격수 슈벵크에 결승골을 내줘 0-1로 무너졌다. 1, 2차전 합계 1-4의 처참한 상황. 그러나 김 감독은 패인을 선수에게 돌리지 않았고, 자신의 부족함에서 찾았다. 뒤에선 아무리 무섭고 엄한 김 감독이지만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선수들을 감쌌다. 외부에서 선수탓을 한 적이 없었다. 이날 패배와 함께 우승이 좌절된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피땀어린 노력을 기울여 정규리그를 제패했지만 내가 부족해 마지막 꼭지를 따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변명도 하지 않았다. 파리아스 감독과 대비되며 지도자로서 충분히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전술적 문제에도 김 감독은 '내 탓이오'를 연발했다. 큰 그릇을 갖춘 인물다운 모습이었다. 또 다른 국가와는 다른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리는 플레이오프 제도에 대한 아쉬움에도 불구, "그 모든 것을 이겨내야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함축된 한마디로 논란과 상황을 정리했다. 이전에도 김 감독의 됨됨이는 정평이 나 있다.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인대 부상을 입은 모따의 공백을 계속 지적하는 물음에 "우리는 모따가 없더라도 충분히 잘해낼 수 있다"고 선수들 전체 사기를 고려했다. 작은 것을 바라보기 보다 전체의 큰 흐름과 틀을 살필 줄 알고 좋은 부분뿐만 아니라 나쁜 점을 인정한 뒤 자신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여유. 김학범 감독이 국내 최고의 명장중 한명으로 인정받는 이유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