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믿을 것은 포항이 (FA컵에서)우승해주는 것 밖엔 없네요". 프로축구 성남 일화는 7개월 동안 거침없는 선두 행진을 벌였지만 손에 넣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최고의 스타들로 구성, '레알'이란 호칭까지 얻었지만 결국 무관에 그치고 말았다. 마지막 한달이 고비였다. AFC 챔피언스리그와 함께 2관왕을 노렸던 성남의 꿈은 지난 11일 오후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렸던 포항과 올시즌 K리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의 0-1 패배로 모두 물거품이 됐다.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다. 자신들의 전쟁은 끝났어도 아시아 정벌의 꿈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내년 다시 한번 아시아 패권에 도전하기 위한 길은 열려 있다. 마지막이 될 그 방법은 공교롭게도 바로 지난 주말까지 적으로 싸운 포항의 FA컵 우승이다. 오는 25일과 다음달 2일 전남 드래곤즈와 홈 앤드 어웨이로 펼쳐질 FA컵 결승전에서 포항이 우승해주면 성남도 다음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다행히 포항은 이번 FA컵에서도 총력전을 기울일 태세다. '제철가 형제'인 전남과의 승부는 조금 껄끄럽긴 해도 포항은 포스트 시즌에서 연전 연승을 올리며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고 있어 전망은 밝다. 파리아스 감독도 "아직 만족할 수 없다. FA컵까지 손에 넣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마치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대표팀을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를 연상시킨다. 포항이 만약 이번 FA컵에서 우승하면 K리그 구단으로는 처음으로 2관왕을 달성하게 된다. 한국 축구사에 길이 기억될 족적을 남기기 위해 포항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성남은 포항의 선전을 크게 기대하고 있다. 자신들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힘을 빌어야 하는 처지는 조금 민망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시아 평정을 위한 도전. 성남이 포항의 FA컵 우승을 바라는 진짜 이유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