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아이의 '용병 코드'와 이병규
OSEN 기자
발행 2007.11.14 08: 57

오치아이는 왜 이병규를 중용할까. 코나미컵 취재차 도쿄를 찾았을 때 일본 서점을 들렀다. 야구 서적 코너의 주류는 일본시리즈 챔피언 주니치의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이었다. 그의 리더십과 야구 철학을 다룬 많은 저서 가운데 '야구인'이란 제목의 책이 가장 눈에 띄었다. 오치아이 자신이 직접 쓴 책인데 1998년에 초판이 간행된 것으로 돼 있었다. 2007년 주니치의 우승이란 시류에 맞춰 서점 판매 코너의 전면에 재등장한 것으로 보였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근 10년이 흘렀어도 오치아이가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2004년 주니치 감독에 취임한 오치아이가 1998년에 밝힌 '오치아이 방식'을 거의 대부분 고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압권은 용병 파트였는데 부제가 '용병에게 3할 타율을 기대하지 말라'였다. 오치아이 감독의 용병관은 1) 용병수 제한은 철폐되어야 한다. 2) 용병은 일본어로 스켓토(조력자)다. 일본 선수들이 가지고 있지 못한 힘과 정신력을 갖춘 선수를 뽑아야 한다. 3) 용병에게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팀이 바라는 목표치만 알려주고 '이만큼 못하면 해고' 한마디면 족하다. 4) 40홈런-100타점 용병이라면 타율이 2할 5푼이어도 상관없다 5) 첫 해 못했어도 적응 가능성이 보이면 안고 가야 한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요건들을 이병규에게 적용해보면 '코드 일치'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클라이맥스시리즈와 일본시리즈 들어 이병규가 왜 장타 위주로 배트를 휘둘렀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이병규는 코나미컵에서도 16타수 2안타에 불과했지만 결승전에서 결정적 2점 홈런 한 방으로 모든 것을 만회했다. 5번타자로 '묻지마 기용'한 오치아이 감독의 베팅이 적중한 순간이기도 했다. 홈런에 대해 이병규는 "변화구는 포기하고 높은 쪽 직구 하나만 노렸다"고 말했다. 이병규는 니혼햄과 일본시리즈 2차전 홈런, 요미우리와 클라이맥스시리즈 2차전 홈런과 2루타 역시 전부 높은 직구를 받아쳤다. 기교로 일본 투수의 변화구에 갖다 맞히는 '한국의 안타 제조기' 이미지를 탈피하고, 풀 스윙으로 일발장타를 노리는 패턴으로 변화한 셈이다. 즉 '결정적일 때, 큰 것 한 방을 날려주는 해결사 노릇을 해주면 용병의 타율이나 삼진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란 오치아이의 용병관과 맞아 떨어지는 결과였다. 오치아이가 용병에게 바라는 숫자는 출루율이 아니라 장타율인 것이다. 결국 포스트시즌을 통해 이병규는 내년 시즌 이후의 활로를 성공적으로 개척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첫 해 적응'이란 변명거리가 사라진 만큼 더 높아질 오치아이 감독의 눈높이를 이병규가 어떻게 충족시켜 주느냐가 관건이다.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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