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공격적인 수비와 조직력으로 '승승장구'
OSEN 기자
발행 2007.11.14 09: 49

[OSEN=이상학 객원기자] 안양 KT&G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KT&G는 지난 13일 부산 KTF전까지 최근 5경기에서 4승1패를 거두며 6승5패를 마크, 단독 4위가 됐다. KT&G의 평균 득실점 마진은 +5.6점으로 단독선두 원주 동부(+7.3점) 다음으로 좋다. 공수 밸런스가 착착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즌 전만 하더라도 정통슈터 부재와 공격력의 약화로 중위권 정도로 분류된 KT&G지만 유도훈 감독이 선언한 ‘스피드 농구’가 완벽하게 팀에 녹아들며 기대이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그 이면에 바로 끈끈한 수비와 탄탄한 조직력이 자리하고 있다. ▲ 공격적인 수비 유도훈 감독은 KT&G를 빠른 팀으로 만들 것임을 공언했다. 그러나 단테 존스와 양희승이 차례로 팀을 떠나 공격력 약화가 불가피했다. 확실한 공격 무기가 사라진 KT&G 입장에서 가장 확률 높은 공격은 빠른 속공밖에 없었다. 유 감독의 공언대로 KT&G는 주희정을 중심으로 빠른 스피드 농구를 펼치고 있다. 경기당 평균 6.0개의 속공을 성공시키며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속공의 이면에는 공격적인 수비가 자리하고 있다. 수비의 성공과 함께 시작되는 것이 KT&G의 속공 또는 빠른 템포의 공격이다. KT&G의 속공과 빠른 템포의 공격은 공격적인 수비의 결과물이다. 수비 자체를 공격적으로 함으로써 공격의 시초를 열어젖히는 것이다. 주희정을 비롯해 은희석·황진원 등 백코트를 이루고 있는 가드들의 수비력은 최정상급이다. 주희정·은희석·황진원 모두 강철 같은 체력으로 1대1 수비는 물론 도움 수비에도 능하다. 스틸이나 턴오버 유도가 많지 않지만, 적절한 더블 팀과 로테이션 수비로 상대팀 공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고 있다. 재빠른 백코트로 속공 허용(20회)도 가장 적다. 여기에 양희종·이현호·김일두 등 포워드들도 터프한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다. 양희종의 1대1 수비력은 일찌감치 국가대표팀에서도 인정받은 수준. 백업 포워드 이현호도 수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끈끈함을 자랑한다. 외국인선수 마퀸 챈들러와 T.J 커밍스도 웨이트는 부족하지만 골밑 몸싸움에서 크게 밀리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끊기지 않고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효율적인 수비 로테이션으로 상대 공격을 질질 끌게 만드는 것이 KT&G 수비의 최대 강점이다. ‘공격은 빨리, 수비는 길게’가 팀의 모토가 된 모습이다. KT&G는 평균 78.1실점으로 최소 실점에서 3위에 올라있다. ▲ 절정의 조직력 KT&G는 13일 KTF와 홈경기에서 90-64, 26점차 대승을 거뒀다. 올 시즌 최다 점수차 승리였다. 최근 4연승으로 한껏 기세를 올리던 KTF조차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완벽하게 당했다. 경기 후 유도훈 감독은 “기본적으로 수비가 팀에 도움이 된다”며 수비를 먼저 강조했다. 하지만 이내 “조직력도 강조하고 있다. 선수들에게 팀을 먼저 생각할 수 있도록 항상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보다 팀을 먼저 생각하는 조직적인 플레이를 팀에 입히고 있는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KT&G는 기복이 매우 심한 팀이었다. 단테 존스나 양희승의 당일 컨디션에 따라 경기 성패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선수 전원의 외곽슛이 극도로 침묵하지 않는 이상 매경기 80점대의 안정적인 득점을 올리고 있다. 평균 83.7득점으로 이 부문 3위다. 선수 개개인이 팀플레이에 힘을 모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주희정·은희석·황진원·양희종·이현호 등 주축 국내선수들은 모두 개인보다는 팀을 먼저 앞세울 정도로 이타적인 마인드로 똘똘 뭉쳤다. 오히려 찬스에서 슛을 쏘지 않아 탈을 일으킬 정도로 동료들의 찬스를 봐주는 것이 먼저인 선수들이다보니 패스 플레이가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하나 같이 빈곳을 찾는 데 능하다. 이타적인 마인드에다 빈 곳을 찾는 플레이에 능하니 조직력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볼도 골밑과 외곽을 원활하게 들어갔다 나오고 있으며 컷인 플레이도 날카로움을 더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선수 챈들러와 커밍스도 팀플레이에 점차적으로 녹아들고 있다. “우리는 조직력의 팀”이라는 주희정의 말에 설득력이 더해지는 이유다. ▲ 슈터도 필요없다 KT&G의 가장 큰 약점은 역시 외곽슛이다. 3점슛 성공률이 32.8%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최근에는 주희정·챈들러 등이 쾌조의 외곽슛 감각을 과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몇몇 선수들은 외곽슛을 주저하고 있다. 승부처 또는 상황에 따라 외곽슛이 필요할 때에는 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KT&G는 정통슈터 부재라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오픈 3점슛 찬스를 만드는 과정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누차 말하지만 (외곽슛 같은) 공격적인 면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좋아질 것”이라는 것이 유 감독의 말이다. 주희정도 “외부에서 우리 팀에 슈터가 없다고 해 선수들이 부담이 컸고, 자신감도 떨어졌다. 하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확실한 전문 슈터가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과정에는 큰 문제가 없는 만큼 선수들의 자신감이 더욱 더 중요하다. 최근 5경기에서 3점슛 성공률이 42.1%로 부쩍 높아진 것도 팀 상승세로 선수들이 부담을 벗어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화려한 스피드로 겉포장돼 있지만, 그 속은 끈끈한 수비와 탄탄한 조직력으로 꽉 찬 KT&G. 전문 슈터 부재라는 약점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3일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경기서 KTF 최민규가 볼을 가지고 넘어지자 KT&G 황진원 챈들러 양희종(왼쪽부터)이 볼을 빼앗으려 달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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