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포수' 노쇠화와 4년 계약 딜레마
OSEN 기자
발행 2007.11.15 14: 04

[OSEN=이상학 객원기자] 명실상부한 FA 계절이 도래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준비하고 있는 야구대표팀에도 FA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FA 중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선수가 바로 조인성(32)이 있다. 그의 포지션이 포수라는 점이 관심을 높이는 이유다. 원소속팀 LG는 조인성을 잔류시킨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조인성 역시 같은 조건이면 LG에 남겠다 마음. 문제는 바로 계약기간이다. 조인성은 4년 계약을 요구 중이지만, LG는 3년 보장에 1년 옵션에 해당하는 ‘3+1’ 계약을 추진 중이다. 30대 베테랑 FA 포수에게 4년 계약은 ‘독’이라는 속설이 관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 포수의 애로 포수 포지션은 특별하다. 한 번 주전으로 자리잡으면 장기독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포지션이다. 강민호(롯데)가 특별하게 평가받는 이유도 박경완(SK) 이후 실로 오랜만에 등장한 고졸 주전포수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다. 그러나 가장 많이 혹사당하며 부상에 대한 노출이 높은 포지션도 포수다. 나이가 들수록 노쇠화가 빨리 찾아와 진척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00년대 전까지 리그를 대표할 만한 베테랑 포수가 많지 않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골든글러브 5회 수상에 빛나는 이만수가 그래도 34살까지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이후에는 걷잡을 수 없는 하향세를 그렸다. ‘야구의 본고장’ 메이저리그에서도 포수들의 30대 이후 노쇠화는 공통적인 현상이었다. 30대 포수 노쇠화를 언급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이름이 바로 ‘전설적인 포수’ 자니 벤치다. 1970년대 신시내티의 전성기를 이끈 벤치는 주전으로 활약한 1968년부터 만 30세가 되기 전인 1977년까지 10년간 연평균 148.7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7푼·28.6홈런·103.2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6년간 단 한 시즌도 25홈런-100타점을 넘지 못했다. 말년에는 1루수·3루수로 출장했으나 타격 실력을 회복하는 데 실패했다. 벤치뿐만 아니라 대다수 특급포수들도 30대 이후 하향세를 걸었다. 요기 베라만이 그나마 전성기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 성적을 냈을 뿐이었다. ▲ 달라진 흐름 하지만 스포츠 의학의 발달과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으로 포수들의 노쇠화 흐름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1990년때까지만 하더라도 30대 중후반 베테랑 포수는 하늘에 별따기처럼 보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다르다.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최다수상(7회)을 자랑하는 김동수(현대)는 내년이면 불혹의 나이가 되지만 여전히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김동수는 2003년 최고령(35세) 포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35살의 박경완도 지난해에는 노쇠화 기미를 보였지만 올해에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자기관리만 이루어지면 포수도 충분히 롱런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도 다르지 않다. 최고의 공격형 포수로 중 하나인 마이크 피아자는 1998년말 뉴욕 메츠와 7년간 91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당시 피아자의 나이 31살이었다. FA 이전까지 7년간 연평균 120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28.6홈런·92.0타점을 기록한 피아자는 계약기간 7년간 연평균 123.3경기에서 타율 2할8푼9리·28.1홈런·82.3타점으로 생산력이 떨어졌으나 급격한 하락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호르헤 포사다, 이반 로드리게스, 제이슨 베리텍 등 30대 중후반 베테랑 포수들도 주전포수로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포사다는 지난 13일(한국시간) 4년간 5249만 달러라는 연평균 FA 포수 최고액에 양키스와 계약했다. 포사다의 나이는 36살이다. ▲ 조인성과 4년 계약 포수들의 롱런이 가능해진 환경이지만 여전히 한국프로야구는 포수들에게 짜다. 아직 포수들이 4년 계약을 한 번도 터뜨리지 못한 것에서 잘 나타난다. 2002년말 FA가 된 박경완은 SK와 3년간 19억 원에 계약했다. 박경완은 FA 계약 당시 맺었던 3가지 옵션을 모두 달성해 연봉 4억 원에 2006년에도 계약을 갱신했다. 실질적으로는 계약기간 4년에 총액 23억 원이 되는 셈이다. 지난해 포수 최대어였던 진갑용도 4년 계약을 노렸으나 결국 3년간 26억 원에 삼성과 재계약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만큼 구단들은 포수에게 선뜻 4년을 보장하기를 꺼려한다. 물론 국내 사정에서 4년 계약을 기피하는 것은 비단 포수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특히 2003년말 FA 대어 진필중·마해영·정수근·이상목 등 집단 실패로 4년 이상 장기계약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후부터 3년 보장 및 1년 옵션 같은 수정 계약안이 뜨기 시작했다. FA 취득 이전 못지않게 적절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선수들로서는 확실한 계약기간 보장이 우선적이다. 특히 언제 기량이 하락할지 모르는 포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그간의 활약에 대한 보상심리도 크다. 조인성은 간접적으로 LG 구단에 계약기간 4년 총액 44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몸값 줄다리기에서 구단에 기선제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조인성이나 LG 모두 잔류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하고 있다. 조인성은 올 시즌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냈다. ‘FA로이드’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공수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이렇다 할 백업포수 없이 124경기에서 타율 2할8푼4리·13홈런·73타점을 기록했다. 타율과 타점은 데뷔 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도루저지율도 3할6푼4리로 전체 4위였지만, 상대 도루시도는 77회로 가장 적었다. 그만큼 조인성의 어깨가 상대 주자들에게는 위협적이었다는 뜻이다. LG가 마땅한 포수 대안이 없으며, 박경완과 김동수가 FA 계약 이후에도 롱런하고 있다는 사실은 조인성에게 굉장한 호재다. 과연 조인성이 FA 포수 4년계약이라는 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오키나와서 전지훈련 중인 대표팀 포수 진갑용-강민호-박경완-조인성의 훈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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