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투수들과의 직접 대결이 이루어질까. 일본 무대 잔류를 선언한 이승엽(31.요미우리 자이언츠)은 공식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6일 왼 엄지 인대 재건 수술을 마친 뒤 "일본시리즈 우승을 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며 보다 큰 무대를 향한 꿈이 살아있다고 밝혔다. 당장 내년 시즌 요미우리가 우승할 경우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계약 기간이 3년이나 남아 있는 까닭에 이승엽이 빅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하지만 그가 메이저리그 투수들과의 직접 대결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다가올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구단이 정규시즌 개막전을 위해 내년 3월 일본땅을 밟기 때문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3월 25∼26일 일본 도쿄에서 개막 2연전을 치른다. 이에 앞서 두 구단은 23∼24일 일본 구단과의 연습경기를 2차례씩 치를 예정이다. 보스턴과 오클랜드가 상대할 구단과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본 NHK는 "센트럴리그 구단이 빅리그팀들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식 경기를 치를 장소가 도쿄돔인 점, 일본 내 흥행을 위해서는 최고 인기 구단과 맞붙어야 한다는 점에서 요미우리가 빅리그 구단과 맞설 확률이 높다. 이승엽으로선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2년 만에 메이저리그 투수들과 상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보스턴에는 올 시즌 20승을 거둔 '현역 최고 우완' 조시 베켓(27)이 버티고 있다. 비록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C.C. 사바티아(클리블랜드)에 밀렸지만 현재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꼽힌다. 하지만 보스턴이 연습경기 뒤 곧바로 오클랜드와 정규시즌 경기를 치르는 관계로 베켓은 일본 구단과의 경기에 나서지 않을 공산이 크다. 오클랜드의 에이스인 댄 해런 또한 개막전을 위해 연습경기에는 불참할 것이 유력하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투수진은 일본 팀들과의 경기에 등판할 공산이 크다. 이승엽의 몸상태도 변수다. 이번 겨울 재활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승엽은 일단 내년 2월 미야자키 스프링캠프까지 재활을 끝낼 계획이다. 그때까지 통증이 재발되지 않으면 3월에는 정상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있지만 재활이 늦어질 경우 경기 출장 시점은 늦어질 수 있다. 이승엽은 삼성 시절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2차례 빅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지난 2002년 시카고 컵스, 2003년에는 플로리다 말린스의 초청선수로 빅리그 선수들과 땀을 흘렸다. 당시의 경험과 일본 무대에서의 관록이 합쳐져 초대 WBC 홈런왕에 등극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메이저리그 진출"이라고 공언해온 이승엽이 내년 정규시즌 개막 이전 빅리그 투수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workhorse@osen.co.k 이승엽이 지난해 WBC 미국전서 돈트렐 윌리스로부터 홈런을 빼앗고 달려나가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