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로서 당연히 대표팀을 이끌고 싶지 않겠습니까?". 제주 유나이티드의 전 사령탑 정해성 감독(49)이 세계 축구를 주도하고 있는 '종가' 영국으로 축구 연수를 떠났다. 정 전 감독은 출국 전날인 15일 전화 통화에서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한 번쯤 국가대표팀을 이끌어보고 싶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 인터뷰에서 정 전 감독은 "지도자로서 당연히 가장 높은 이상을 꿈꾸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표팀을 이끌어 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당장의 목표는 아니었다. 정 전 감독은 대표팀을 맡는 시점에 대해 '적당한 단계를 거친 이후'라고 못박았다. 즉 프로팀에서 아직 이뤄보지 못했던 부분과 청소년대표팀, 올림픽호 코스를 밟겠다는 것. "수십 년간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한 번쯤 대표팀에도 쏟아붓고 싶다"는 정 전 감독은 "정식 코스를 통해 업그레이드해서 때가 되면 명예롭게 지도자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지난 3일 제주와 아직 계약기간이 1년 남아있음에도 계약을 갑작스레 종료한 것에는 일말의 후회도 없다고 담담한 심경을 드러냈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후회는 없다. 다만 갑자기 떠나버리는 바람에 선수들과 다른 코칭 스태프, 그리고 구단 직원들이 느꼈을 서운함에 미안할 따름이다". 이번 유학은 도약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단이라 설명했다. 정 전 감독은 벤치를 지키는 동안 자꾸 자신이 뒤처지고 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고 했다. 또 나태해지는 감정을 다잡기 위해서라고 했다. "개인적 충전을 위한 선택이었다. 공부를 하고, 축구 선진국 현장을 돌아보고, 영감을 얻어오고 싶다. 이런 충전은 퇴보가 아닌 발전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 전 감독은 설기현이 뛰고 있는 풀햄을 중심으로 다양한 구단들을 돌아볼 계획이다. 풀햄에서 로리 산체스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을 살펴보겠다는 복안이다. 런던 인근 뉴몰든 지역에 거처를 마련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한인 교포가 많이 살고 있는 뉴몰든 지역에서 풀햄 경기장이나 훈련장은 30분 이내 거리다. 또 기회가 닿는다면 박지성이 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 또 런던 지역에 있는 아스날과 첼시, 이영표의 소속팀 토튼햄 핫스퍼까지 모두 망라해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던 지식을 채우고 싶다고 한다. 일단 연수 기간은 내년 6월까지. 배울 게 더 있다면 좀 더 머물겠다는 생각이다. 정 전 감독은 "정확한 시간은 잡지 않았다. 괜히 기간만 채우려고 든다면 이도저도 아무 것도 아닌 게 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편 정 전 감독은 오는 2008년 7월 열리는 스위스-오스트리아 유럽 선수권 대회도 직접 현장에서 지켜볼 생각이다. 지난 92년에도 독일로 8개월간 연수를 떠나 스웨덴에서 열린 유로 대회를 관전했다. 특히 덴마크의 플레이를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라우드럽 형제의 플레이를 보며 감탄하고, 또 감탄했던 예전의 느낌을 되살리고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란다. "연봉 한두 푼과는 절대 바꿀 수 없는 게 경험이다. 지도자로서 내 이상을 위해 결단한 만큼 반드시 원하는 바를 꼭 이루고 싶다.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보다 발전한 모습으로 되돌아오겠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