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머니볼의 진화인가. 김승영 두산 베어스 단장은 지난 15일 저녁 오키나와에서 진행된 FA 최대어 김동주(31)와의 2차 협상에서 4년 총액 62억 원을 제시했다. 4년간 최대 60억 원을 보장받았던 삼성 심정수를 뛰어넘는 프로야구 역대 최고 조건이다. 두산 관계자는 "(세부 내역은 밝힐 수 없지만) 계약금과 연봉을 심정수보다 더 주겠다는 의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최고 대우 방침을 재확인했다. 두산의 김동주에 대한 애착은 오클랜드와 에릭 차베스 관계를 연상시킨다. '머니볼의 아이콘'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은 숱한 선수를 팔아치웠지만 3루수이자 팀 리더 차베스와는 연장 계약했다. 오클랜드가 성공할수록 빈의 방식도 점점 바뀌어 29~30위의 팀 페이롤로 연금술을 빚어냈던 오클랜드는 2007시즌 연봉 총액 16위(약 7994만 달러)까지 상승, 저예산 구단의 이미지를 지워나가고 있다. 이제 오클랜드의 덩치는 텍사스나 토론토보다도 커졌다. 국내 프로야구로 눈을 돌리면 두산은 2007시즌에도 팀 연봉 최하위였다. 그러나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변화가 지난 겨울 발생했다. 두산은 FA 박명환의 잔류와 지명권을 갖고 있는 해외파 김선우 영입에 각각 40억 원 이상의 실탄을 비축했었다. 다만 박명환이 LG행을 택했고, 김선우가 "빅리그 도전을 더 해보고 싶다"는 의사가 워낙 강했기에 성사되지 못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두산의 62억 원 제시는 '김동주 빠진 두산은 견적이 나올 수 없다'란 현실 진단과 더불어 달라진 스케일의 씀씀이를 새삼 확인시키는 계기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변한 근본적 이유는 모그룹의 주력 사업이 주류에서 중공업이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뀌었고, 특히 최근 들어 막대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와중에 야구단이 꼴찌에서 시작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일궈내는 드라마 같은 시즌을 보내자 그룹의 인식은 더욱 우호적으로 바뀌는 듯하다. 이에 따라 리오스와 김선우와의 추후 협상에서도 두산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저비용 고효율로 각인되어 온 두산의 노선 대전환에 따라 이제 시장에서 '두산표 FA'를 보기가 쉽지 않게 생겼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