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소식이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정해성 전 감독(49)에 이어 경남 FC 돌풍을 일으킨 박항서 감독(48)마저 끝내 공식 사퇴했다. 경남 FC는 지난 16일 밤 자신을 둘러싼 갖은 풍문과 구단 경영진과의 갈등으로 사직서를 낸 박항서 감독과 계약을 조기에 종결지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정 감독은 이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연수를 위해 영국으로 출국했다. 이로써 지난 2002 한일월드컵에 코칭스태프로 참가, 거스 히딩크 현 러시아대표팀 감독을 보좌해 4강 신화를 동반 작성했던 두 주역들이 모두 현장을 떠나게 됐다. 어려운 팀 살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고, 여전히 계약기간이 많이 남아있던 두 감독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욱 크게 남는다. 지휘봉을 놓을만한 마땅한 이유가 없었다. 박 감독과 정 감독 모두 구단측에 사퇴 의사를 밝히며 내세운 이유로 '개인적인 부담과 스트레스'를 꼽았지만 썩 타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어쩌면 히딩크 감독이 남기고 간 그늘이 이들에게 너무 큰 부담으로 다가왔을 가능성도 있다. 코치가 아닌 감독으로서 항상 히딩크와 비교 대상이 되는 게 괴로웠을 수도 있다. 지난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대표팀을 이끌기도 했던 박 감독은 항상 "히딩크와 비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감독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정 감독 또한 "프로팀과 대표팀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어렵사리 얻었던 영광을 감독이 되면서 순식간에 다 놓쳐버리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박 감독과 정 감독 모두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히딩크의 경우처럼 완벽한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거의 모든 것을 홀로 꾸려왔다. 성적을 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측면인 전력 보강에 경남이나 제주는 그다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지역 팬들의 무관심까지 겹치며 이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뭔가 만들어보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최악의 상황이 이들이 '자진 사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게끔 몰고갔다는 지적이다. 떠나버린 히딩크의 남자들. 박 감독과 정 감독의 사퇴와 함께 한국 프로축구에서 '히딩크'란 이름은 지워졌지만 씁쓸함은 감추기 어렵다. yoshike3@osen.co.kr 프로축구 미디어데이 행사서 나란히 앉아 있는 박항서-정해성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