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프로야구 FA 시장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 마감시한(17일 자정)을 앞두고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FA ‘빅3’ 김동주(31)-이호준(31)-조인성(32)이 막판 협상에 한창이다. 김동주가 FA 역대 최고액을 제시받은 가운데 이호준과 조인성도 원 소속구단과의 몸값 줄다리기에서 한 치라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저마다 내세우는 비교 모델이 있다. 물론 비교 모델만큼 받거나 그보다 더 많아 받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그러나 비교 모델이 과연 온당한지는 확신할 수 없다. ▲ 김동주 vs 심정수 김동주는 이미 원 소속구단 두산으로부터 4년간 62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조건을 제시받은 상황이다. 1999년말 FA 시장 개장 이후 최고액은 2004년 말 삼성과 계약한 심정수의 4년간 60억 원. 김동주가 받은 제시안은 역대 FA 최고액이다. 현대 유니콘스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가운데 터진 62억 원은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더욱이 해당 구단이 두산이라는 점은 더욱 놀랍다. 그동안 FA 시장에서 소극적이었던 두산은 파격적인 제안으로 ‘짠돌이’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도 성공했다. 2004년 말 심정수는 여러 모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었다. 비록 2004시즌에는 무릎 부상과 라섹 수술 후유증으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2002~2003년 보여준 파괴력은 2004년 부진을 충분히 희석시킬 수 있을 정도로 컸다. 2002~2003년, 2년간 심정수는 타율 3할2푼7리·99홈런·261타점를 기록했다. 특히 2003년에는 53홈런·142타점에다 역대 한 시즌 최다 사사구(133개)를 얻어낼 정도로 무시무시한 타자였다. 결정적으로 2004년 한국시리즈에서 현대가 삼성을 꺾음으로써 삼성을 자극시켰다. 삼성은 심정수를 데려옴으로써 전력 상승과 함께 현대의 전력을 떨어뜨렸다. 게다가 2004년 말 심정수는 29살밖에 되지 않았다. 심정수는 최고 FA가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시장에 나와 60억 잭팟을 터뜨렸다. 하지만 김동주도 심정수와 비교할 때 최고 FA로 부족함이 없는 상황이었다. FA로 나온 시점의 나이는 2살 더 많지만 대신 포지션이 3루수다. 비록 심정수처럼 리그를 좌지우지할 만한 성적을 낸 것은 아니지만, 투고타저 시대에서도 두드러지는 힘을 발휘한 타자였다. 무엇보다 두산은 김동주 존재 여부에 팀 타선의 사활이 걸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팀 득점(455)·장타율(0.347) 최하위에 그치며 ‘두점 베어스’로 불렸던 두산 타선은 올해 팀 득점(578)·장타율(0.383)에서 각각 2·3위로 올라서며 특유의 뚝심 타선을 회복했다. 4번에서 무게중심을 잡은 김동주의 힘이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박명환(LG)이 팀을 떠나고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한 것도 두산이 김동주의 필요성을 느끼고 최고액 배팅을 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경문 감독이 시즌 중 “두산도 이제는 우승할 때가 됐다”며 간접적으로 김동주 잔류를 역설한 것, LG·롯데 등 국내 구단들은 물론 일본 구단들까지 김동주에 관심을 표명한 것도 몸값을 수직 상승시킨 계기들이었다. 심정수·진필중·정수근·박명환 등 1990년대 자체적으로 키운 스타들을 차례로 보낸 팀의 역사도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김동주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아직 최종 사인을 하지 않았지만, 상황은 2004년 심정수 이상으로 김동주에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 이호준 vs 장성호 한국시리즈에서 김동주가 극도의 부진을 보인 사이 이호준은 펄펄 날며 SK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예비 FA 4번 타자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순간이었지만, 한국시리즈만으로 이호준이 김동주를 역전하기에는 그동안 김동주가 보여준 것이 너무 많았다. 시즌 전부터 김동주는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덩어리 큰 FA였으나 이호준은 한 번쯤 입질을 시도할 만한 FA로 분류됐다. 그러나 막상 뚜껑이 여니 상황이 달라졌다. 이호준이 세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호준은 4년간 42억 원을 요구했다. 이호준의 비교모델은 KIA 장성호다. 장성호가 사인했던 계약기간과 총액이 이호준의 요구 조건과 같기 때문이다. 2005년 말 FA로 풀린 장성호는 최대어 FA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춘 상태였다. 꾸준한 성적, 젊은 나이, 부상 경력이 없다는 점은 어떤 면에서 2004년 심정수보다도 위험 부담이 적고 안정적이었다. 8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한 ‘꾸준함의 대명사’ 장성호는 당시 28살로 2003년 롯데 이적할 때 26살이었던 정수근(롯데) 다음으로 어린 FA였다. 때마침 삼성이 장성호의 영입전에서 뛰어들었다는 소문과 2003년 정성훈(현대) 트레이드로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수요가 커진 KIA의 팀 사정도 장성호의 몸값을 높이는 결정적 촉매제로 작용했다. 장성호와 비교할 때 이호준은 상황이 그리 유리한 것은 아니다. 장성호가 2005년 FA 시장 최대어였던 것에 반해 이호준은 처음부터 최대어 수준은 아니었으며 나이가 3살이나 많다. 2005년 최하위 KIA는 장성호가 빠지면 팀 타선이 크게 약화되는 상황이었지만 한국시리즈 우승팀 SK는 이호준이 필요하지만 없어도 무너질 수준까지는 아니다. 물론 이호준이 내세울 만한 요소도 많다. 리그에 얼마 남지 않은 오른손 거포라는 점은 장성호보다 비교우위를 점하는 대목이다. 2003~2004년에는 2년 연속으로 30홈런-100타점, 올해는 생애 최고 타율(0.313)을 기록했다. 더군다나 프로야구는 거포 부재 시대에 놓여있다. 이호준이 세게 나설 수 있는 이유다. ▲ 조인성 vs 진갑용 2007년 FA 시장에서 ‘최대어’ 김동주 못지않게 주목받고 있는 선수가 바로 조인성이다. 조인성은 원 소속구단 LG에 4년간 44억 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을 일으켰다. 4년간 44억 원은 역대 FA 포수 최고 수준을 넘을 뿐만 아니라 심정수 다음으로 많은 역대 FA 2위에 해당하는 고액이다. 몸값 줄다리기에서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도지만 과하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조인성이 내세우는 비교모델은 바로 지난해 FA가 되어 3년간 최대 26억 원에 삼성과 재계약한 진갑용이다. 진갑용은 처음부터 삼성에 남겠다는 의사가 강했다. “처음부터 삼성을 떠난다는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진갑용의 말이었다. 삼성도 입장은 마찬가지였다. 포수 자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데려오기도 쉽지 않은 시점에서 진갑용의 빈 자리를 메울 만한 선수는 전무했다. 2000시즌 중 삼성으로 이적해 야구인생의 꽃을 피운 진갑용은 6년 연속 2할8푼대라는 포수로서 높은 타율을 과시했고, 한국시리즈 2연패 기간 동안에는 홈런수에서 나타나듯 파워가 줄었으나 대신 한층 물오른 투수리드와 수비력으로 벌충했다. 4년 연속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끈 리더십도 높이 평가됐다. 진갑용도 처음에는 포수 최초의 4년 계약을 요구했으나 아쉽게도 실패했다. 올해 조인성도 지난해 진갑용과 비슷한 상황이다. 조인성도 1998년 데뷔 때부터 입고 있는 정든 줄무늬 유니폼을 벗을 생각이 없다. “LG에 남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것이 조인성의 말이다. 설령 조인성이 LG를 떠나고 싶어도 시장상황은 LG만이 조인성을 원하고 있을 뿐이다. LG도 조인성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조인성이나 LG 모두 잔류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하고 있다. LG는 3년 보장과 1년 옵션의 ‘3+1’ 계약에 최대 30억 원을 준비했다. 그러나 조인성은 박경완과 진갑용도 깨지 못한 FA 포수 4년 보장 계약을 넘보고 있다. ‘비교모델’ 진갑용조차 한국시리즈 2연패라는 프리미엄에도 허물지 못한 벽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은커녕 최근 5년간 포스트시즌에도 나가지 못한 조인성에게 4년 보장 계약은 무모한 도전일지도 모른다. 김동주-심정수-장성호-진갑용-조인성-이호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