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대만은 ‘홈 텃세’가 강한 나라로 정평이 나 있다. 자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서는 ‘웬만해서는 지지 않는’ 나라들이다. 그 첨병이 심판들이다. 자국은 물론 외국인 심판들도 홈 텃세에 가세하는 경우가 많다. 아시아에서 야구 강국인 한국, 일본, 대만 등 3개국도 자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속설대로 강세다. 더욱이 3개국은 자국의 실리에 따라 다른 한 나라와 은근한 동맹 전선을 구축하는 등 미묘한 신경전까지 펼치곤 했다. 예를 들면 한국-대만전에는 주로 일본인 심판이 구심을 맡아 자국의 실리에 따라 판정 내용이 달라진다. 또 한국-일본에는 대만인 심판, 일본-대만전에는 한국인 심판이 각각 맡아 상황에 따라 판정이 달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시아 3개국에서 열린 각종 국제대회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들이었다. 한국은 오는 12월 1일부터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지역예선전에서도 이런 상황이 재연될까봐 걱정하며 사태 방지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은 먼저 홈팀 대만과 일전을 겨뤄야 하는 대진 일정이라 판정상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한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자칫 대만과 일본이 공조해 한국을 견제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점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협회는 국제야구연맹에 강력한 지원 요청을 해놓고 있다. 3개국에서 파견하는 국제심판 외에 미국이나 쿠바 등 제3지역 심판원을 3개국 경기에 구심으로 배정해줄 것을 아시아야구연맹을 통해 요청하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야구연맹 회장국(이내흔 회장)으로서 국제야구연맹에 ‘공정한 판정관’ 파견을 요청해놓고 있다. 아직까지 이번 올림픽 예선전을 책임질 심판위원들은 아직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대만에서 야구월드컵을 치르고 있는 국제야구연맹은 대회를 마친 후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맡을 심판원들을 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야구협회 이상현 사무국장은 “지난 3월 미국인 하비 실러 씨가 국제야구연맹 신임 회장에 오른 뒤 심판들의 판정이 많이 공정해지고 있다. 심판 판정으로 중요 경기가 구설수에 오르지 않도록 국제야구연맹이 노력하고 있어 이번 예선전에는 미국, 쿠바 등 제3지역 심판이 구심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금 열리는 야구월드컵에서 홈팀 대만이 8강전서 네덜란드에 3-6으로 패하는 등 홈 텃세를 부리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주로 아시아 3개국 심판들이 맡았던 작년 도하 아시안게임 때도 한국은 첫 경기 대만전서 일본인 심판의 애매한 볼판정으로 고전 끝에 패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아시아 야구대회서는 애국심이 강한 심판원들이 경쟁국을 떨어트리는 데 앞장 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한국이 이번 올림픽 예선전에서는 개최국 대만의 홈 텃세를 막아내며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인지 주목된다. 근래 들어 한국은 대만에서 열린 각종 국제대회에서 대만에 이긴 적이 없어 더욱 ‘홈 텃세’를 경계해야 하는 시점이다. sun@osen.co.kr 지난해 도쿄돔서 벌어진 WBC 1라운드 한국-대만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