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 새옹지마라는 표현이 적당할 듯 싶다. 잉글랜드 대표팀의 스티브 매클라렌 감독과 러시아 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의 입장이 하루 만에 뒤바뀌어 버렸으니 말이다. 1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텔 아비브에서 치러진 2008 유럽선수권 E조 예선서 승리가 유력해 보였던 러시아는 이스라엘에 1-2로 역전패하고 말았다. 전날 오스트리아와 평가전을 1-0 승리로 장식하고도 기쁨을 표하지 못했던 매클라렌 감독으로선 TV중계를 통해 지켜본 이번 경기가 더욱 감격스러울 것이다. 러시아는 6승3무2패(승점 21)가 되며 승점을 추가하지 못해 여전히 조 3위에 머물러야 한 반면 잉글랜드(승점 23점)는 2위를 지켜내며 본선 자력 진출이 가능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이제 남은 경기는 오는 22일 치러질 최종전. 잉글랜드나 러시아 모두 승리하지 못할 경우 탈락의 수렁에 빠져들 수 밖에 없어 사활을 건 한판이 예고된다. 승점 확보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쪽은 러시아. 약체 안도라와 모스크바 홈경기를 치를 러시아는 일단 승점 3을 확보한 뒤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의 웸블리 경기를 지켜봐야 하는 다급한 입장이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히딩크 감독은 "이스라엘과 안도라를 모두 물리치고 본선 진출을 확정짓겠다"고 큰소리쳤고, 매클라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 잘해줄 것이다"며 '운'에 맡기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놀라운 저력은 히딩크를 궁지로 몰아넣었고, 매클라렌 감독과 잉글랜드 선수들이 투지를 다시 한 번 불사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종가' 축구팬들도 믿을 수 없는 기적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98 프랑스월드컵을 시작으로 2002 한일월드컵, 2006 독일월드컵에서 각각 다른 국가를 이끌고 승승장구하며 '축구 매직'을 선보였던 히딩크 감독의 운명은 어떻게 결말을 맺을까. 매클라렌 감독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축구가 왜 드라마인지 보여줬던 하루였다. yoshike3@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