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뇌관이 박힌 화약덩어리라 하더라도 불이나 방아쇠를 모두 없앤다면 안전하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그러나 화약은 태양열만으로도 폭발한다. 서울 SK를 상대하는 나머지 9개 팀들에게도 화약덩어리 같은 존재가 하나있다. 바로 ‘미스터 빅뱅’ 방성윤(25·195cm)이 SK가 자랑하는 화약덩어리다. SK에는 더없이 유용한 발파 도구와 같은 존재지만, 나머지 팀들에는 재앙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방성윤이다. 그리고 SK는 명실상부한 ‘방성윤의 SK’로 거듭나고 있다. ▲ 꾸준한 득점력 올 시즌 13경기 모두 선발 출장한 방성윤은 경기당 36.2분을 소화하며 평균 22.3점·5.5리바운드·2.9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득점은 전체 4위이자 국내선수 1위다. 외국인선수 2명을 제치고 당당히 팀 내 최다득점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현재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서장훈(5회)-현주엽(1회)-조성원(1회)에 이어 득점랭킹 전체 5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역대 4번째 국내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선수가 득점랭킹 전체 5위에 안에 든 것은 2003-04시즌 득점 5위 서장훈이 마지막이다. 방성윤은 트레이드마크인 3점슛도 평균 3.15개로 역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3점슛 성공률도 전체 12위에 해당하는 41.0%로 훌륭하다. 물론 지난 시즌에도 방성윤은 평균 2.72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3점슛왕에 올랐지만 3점슛 성공률은 38.4%로 전체 18위였다. 아직 2라운드 초중반이라는 것을 감안해야 하지만, 3점슛의 양과 질에서 지난 시즌보다 더 나아졌다. 3점슛만을 무기로 삼는 정통슈터가 아니지만 3점슛에서 전체를 통틀어 가장 돋보이는 이도 다름 아닌 방성윤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은 꾸준한 득점력이다. 올 시즌 방성윤의 최소득점은 지난 10월28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기록한 13점이다. 이후에는 최소 19점 이상씩 득점했다. 13경기 중 10경기에서나 20점 이상을 책임졌다. 25점 이상 고득점 경기는 3차례밖에 되지 않지만 꾸준하게 20점 이상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방성윤은 올 시즌 13경기 중 무려 10경기에서나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리며 SK 제1의 득점 옵션이라는 사실을 몸소 입증하고 있다. 방성윤의 꾸준한 득점은 다양한 득점 루트에서 비롯된다. 방성윤은 돌파, 외곽슛, 풀업 점프슛, 포스트업, 속공이 모두 가능하다. 상대로서는 어느 쪽으로 방성윤을 막아야 할지 경기 내내 고민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 타고난 외곽슛 감각에다 힘과 기교를 앞세운 골밑 공격은 웬만한 선수들이 쉽사리 막을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리그에서 3번째로 많은 경기당 평균 5.92개의 자유투를 얻어낼 정도로 생산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 방성윤의 최대 강점이다. ▲ 3년차 에이스 방성윤은 지난 18일 서울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28점을 터뜨리며 SK의 연장 역전승(98-84)을 이끌었다. 방성윤은 4쿼터 및 연장전에서만 3점슛 5개 포함 20점을 몰아넣는 괴력을 선보였다. 3쿼터까지만 하더라도 단 8점에 그치며 국내선수 득점랭킹과 3점슛 부문에서 2위에 올라있는 이규섭과의 매치업에서 완패를 당하는 듯했다. 하지만 3쿼터까지 22점을 폭발시킨 이규섭은 4쿼터 및 연장전에서 단 1점으로 침묵했고, 최후에 웃은 자는 방성윤이었다. 경기 후 방성윤이 남긴 말이 걸작이다. “경기 초반 득점이 부진했지만 후반에 많이 넣는 것이 더 좋지 않나”. 방성윤은 에이스다. 농구공을 잡을 때부터 줄곧 에이스였다. 연세대 2년생 시절 가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승부처에서 슛을 주저하지 않은 에이스 기질을 보였다. 이는 지금도 유효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론 때때로 지나친 승부욕으로 슛을 난사할 때도 많았지만 방성윤에게는 세금과 같은 것이다. 만약이란 말은 진단에 자신없는 의사가 하는 말처럼 방성윤에게 슛을 주저하거나 피하는 것은 자신없는 선수에게나 통용되는 플레이인 것이다. 쉬지 말고 놓지 말고 끝까지 바스켓으로 밀어 붙이는 것이 방성윤의 플레이가 주는 매력이다. 물론 3년차가 된 만큼 승부에 대해 책임을 지는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올 시즌 내내 방성윤은 ‘3년차’라는 사실을 자각하며 되새기고 있다. “3년차이기 때문에 팀 성적이 우선적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슛을 던지거나 플레이를 할 때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 방성윤의 말이다. 득점에 대한 욕심으로 매몰되기보다는 팀의 승리를 이끌어야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방성윤은 “득점 1위에 대한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 팀 분위기를 많이 신경 쓰고, 경기흐름을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방성윤의 성숙함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방성윤이 에이스로 확고 부동하게 자리매김한 SK는 시즌 초반이지만 8승5패를 거두며 단독 3위에 올라있다. 비록 큰 점수차로 패한 경기도 많았지만, 접전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다. 특히 잊혀질 만하면 궂은 날씨와 함께 엄습하는 신경통처럼 예전에는 접전 상황마다 역전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 중심에 한층 성숙해진 3년차 에이스 방성윤이 있다. 방성윤의 SK로 불릴 수 있는 이유이자 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