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이호준의 상품 가치와 시장 상황
OSEN 기자
발행 2007.11.19 08: 26

[OSEN=이상학 객원기자] 이호준(31)이 마침내 FA 시장 매물로 등장했다. 이호준은 지난 17일 원 소속팀과의 우선협상 마감일까지 SK와 계약을 매듭짓는 데 실패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위해 일본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에 참가 중인 이호준은 민경삼 SK 운영본부장과 계약을 논의했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호준은 당초 요구액을 하향조정해 4년간 최대 40억 원을 요구한 반면 SK는 4년간 최대 30억 원을 마지노선으로 책정했다. 총액에서 무려 10억 원이나 차이를 보인 것이다. 결국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된 이호준은 시장의 평가를 받게 됐다. ▲ 상품 가치 지난 1994년 광주일고를 졸업한 이호준은 고졸신인 자격으로 ‘고향팀’ 해태에 입단했다. 알려졌다시피 입단 당시에는 투수였다. 그러나 8경기에서 12⅓이닝을 던져 방어율 10.22를 기록한 것이 고작이었다. 특히 지금은 절친한 동료가 된 김재현에게 '20-20 클럽' 가입의 제물이 된 20번째 홈런을 맞았고, 이날 경기를 계기로 타자 전향을 결심했다. 광주일고 시절부터 에이스 겸 4번 타자로 활약했던 만큼 타자 전향이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김응룡 감독도 이호준의 타자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다. 1996년부터 타자로 1군에 등장한 이호준은 1997년 54경기에서 타율 2할7푼8리·8홈런을 치며 가능성을 보였다. 장타율(0.556)에서 나타나듯 오른손 거포 본능을 보였다. 결국 1998년부터 김응룡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중심타자로 기용된 이호준은 121경기에서 타율 3할3리·19홈런·77타점으로 맹활약했다. 1999년에도 16홈런을 때렸다. 물론 1998~1999년은 타고투저가 극에 달한 시기라 이호준의 기록이 특출난 것은 아니었다. 결국 2000년 시즌 중 SK 사이드암 성영재와 맞트레이드돼 해태를 떠났다. 이호준이 비로소 꽃을 피우게 된 곳은 인천의 SK였다. 2000년 손목 부상으로 고생한 이호준은 2002년 화려하게 재기했다. 129게임에서 타율 2할8푼8리·23홈런·64타점을 기록했으며 장타율도 다시 5할(0.507)을 넘겼다. 2003년과 2004년은 전성기였다. 2년 연속으로 전경기 출장에다 30홈런과 100타점 고지를 넘겼다. 2년간 타율 2할8푼5리·66홈런·214타점을 쓸어담았다. 2004년에는 타점 1위(112개)였다. 2005년 갈비뼈 부상 등으로 다소 고전했지만, 105경기에서 21홈런·65타점·장타율 5할로 기본치는 해냈다. 2005시즌을 끝으로 군입대를 한 이호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의병제대해 1년 만에 다시 복귀했다. 손등 부상으로 출발이 늦었지만, 101경기에서 타율 3할1푼3리·14홈런·71타점에 장타율 5할대(0.501)를 기록하며 ‘고정’ 4번 타자로 활약했다. 특히 타율은 데뷔 후 최고였다. 홈런이 다소 줄었지만 대신 해결사 능력으로 이를 보완했다. 올 시즌 이호준의 득점권 타율은 무려 3할8푼4리였에 달했고, 결승타도 10개나 쳤다. 모두 팀 내 최고기록이다. 이 같은 활약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어졌다. 9안타 중 4안타가 장타였다. 이호준은 프로 통산 11년간 타율 2할8푼·186홈런·624타점을 기록했다. 통산 장타율(0.502)은 그가 1루수에 걸맞는 거포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장타를 위해 힘을 이용한 타격을 하지만 정교함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2003년부터 좋아지기 시작한 볼넷 대 삼진 비율은 이호준이 선구안도 괜찮은 타자라는 것을 증명한다. 나이도 30대 초반으로 계약기간을 최대 4년으로 잡아도 충분히 기간 동안 제 몫을 해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큰 경기에서도 검증된 베테랑 오른손 거포로서 상품가치는 충분하다. ▲ 시장 상황 SK는 이호준의 몸값을 최대 30억 원으로 책정했다. 당초 구단 제시안은 4년간 최대 27억 원이었다. 이호준 역시 처음에는 2005년 장성호가 받은 4년간 최대 42억 원을 요구한 상태였다. 총액 차이가 무려 15억 원이었다. 계속된 협상을 통해 간극을 좁혔음에도 불구하고 차이는 10억 원에 달했다. 우승 프리미엄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호준으로서는 더욱 실망스러운 조건이었다. SK 입장에서도 굳이 한 선수에게만 의존하는 팀컬러가 아니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조건으로 이호준과 재계약할 생각까지는 없었다. 전원야구를 펼치는 SK이기에 가능한 결정이라 할 만하다. 비록 SK로부터 다소 섭섭한 대우를 받았지만 이호준에게 FA 시장 상황은 썩 나쁘지 않다. 김동주가 4년간 최대 62억 원을 원소속팀 두산으로부터 제시받은 가운데 조인성도 4년간 최대 34억 원이라는 역대 FA 포수 최고액에 LG와 재계약했다. 2005년 장성호(KIA), 2006년 박명환(LG)을 제외하면 최근 몇 년간 총액 30억 원 이상 대형규모의 FA 대박은 많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박명환 다음으로 높은 총액이 진갑용의 3년간 26억 원이었다. 2003~2004년 FA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였던 만큼 지난 2년은 잠잠해질 시점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올해 FA 시장에서는 몸값 인플레 바람이 불고 있다. 이호준으로서는 현재 시장상황이 더없이 유리하다. 이호준을 원하는 팀은 많다. 고향팀 KIA는 이미 시즌 중 투수로는 서재응, 타자로는 이호준을 데려오는 것을 영입 목표로 세웠던 바있다. 물론 코칭스태프부터 프런트까지 수뇌부가 전면 교체된 만큼 백지화됐을 가능성이 높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2007년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1루수 겸 오른손 거포에 대한 갈증이 심한 LG나 이대호를 제외하면 장타자가 없는 롯데도 유력한 이호준 영입 후보팀으로 분류된다. LG는 지난해 스토브리그에 이어 올해 FA 시장까지 실탄을 많이 쐈다는 점, 롯데는 한 달 넘게 감독도 결정되지 않을 정도로 팀이 어수선한 상황이라는 점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김동주가 두산 아니면 일본으로 목적지를 정해둔 상황이라 이호준의 선택 폭이 훨씬 넓어졌다. 올 시즌 내내 일본 진출설이 나돌았던 김동주는 역대 FA 최고액인 4년간 62억 원을 제시받았지만 일단 계약안을 거부했다. 대신 김동주는 김승영 단장에게 “일본 진출이 안 되면 무조건 두산에 잔류하겠다”고 약속했다. 10년간 두산에만 몸 담은 김동주나 1990년대 프랜차이즈 스타를 줄줄이 보내거나 놓친 두산도 일본 진출이 안 되면 잔류라는 대전제에는 동의하고 있다. 김동주라는 검증된 거포의 목적지가 두산과 일본으로 갈려지게 됨으로써 이호준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선수로서 꽃을 피운 인천에 정이 든 이호준에게 SK와의 우선협상이 불발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시장상황은 이호준에게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게다가 이미 우선협상 문을 박차고 나온 상황이다. 이제는 시장에 나온 이호준의 가격이 과연 어떻게 매겨져 어디에 낙찰될지가 FA 시장 최고의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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