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타자 정근우와 지명타자 이바타.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 예선(대만)을 앞두고 한국대표팀과 일본대표팀에서 비슷한 전략이 나왔다. 이른바 발 빠르고 번트 잘 대고 정교한 타격을 구사하는 선수들을 첨병으로 쓰는 스몰볼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초기동력 야구의 결정판이다. 양 국 감독은 이번 대회에 앞서 발야구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이종욱 고영민(이상 두산) 이대형(LG) 정근우(SK) 등 4명의 빠른 주자들을 전면에 내세울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호시노 감독 역시 니시오카(롯데) 이바타(주니치) 아오키(야쿠르트) 가와사키(소프트뱅크) 등 빠른 선수를 중용하고 있다. 더욱 주목받는 대목은 정근우와 이바타의 기용법. 공교롭게도 두 선수의 포지션은 유격수이다. 그런데 모두 주전 유격수가 아니다. 정근우는 터줏대감 박진만(삼성), 이바타는 가와사키에게 밀린다. 모두 벤치에서 응원을 해야 되는데 그게 아니다. 두 감독은 두 선수를 모두 기용하는 복안을 찾았는데 바로 지명타자 기용이다. 김경문 감독은 정근우를 지명타자로 쓸 수도 있다는 말을 분명히 했다. 호시노 감독은 지난 18일 소프트뱅크와의 평가전 2차전에서 아예 이바타를 2번 지명타자로 기용했다. 주로 지명타자는 일발장타력을 갖춘 타자를 선호하게 된다. 중심타선 또는 언저리에서 한 방으로 승부를 낼 수 있는 선수들이다.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과 호시노 감독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정근우와 이바타를 지명타자로 기용, 기동력 야구를 극대화 시키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12월2일 열리는 운명의 한일전은 발빠른 지명타자까지 가세하는 '초기동력 야구'의 절정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대의 발을 묶는 쪽이 이길 수 있다. 아울러 배터리들은 타자와 싸우고 발과 싸워야 되는 이중부담을 안게 됐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