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클라렌, 히딩크의 11번째 희생양 될까?
OSEN 기자
발행 2007.11.20 07: 31

'매클라렌, 히딩크의 11번째 희생양 될까?'. 거스 히딩크 감독이 남긴 발자취는 화려하다. 클럽 감독으로서 역량도 대단하지만 특히 대표팀 감독으로서 남긴 족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히딩크 감독은 대표팀 감독으로 총 90경기에 나서 51경기에서 승리했고 20경기에서 무승부, 19경기에서 졌다. 57% 승률을 자랑하는 히딩크는 98년 프랑스 월드컵,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의 위업을 달성했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서는 호주를 16강으로 견인했다. 이런 화려한 성적 덕분에 히딩크 감독은 각국 축구협회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최고 인기 감독이 됐다. 이렇게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에서 승승장구하는 동안 그와 맞붙었던 감독들은 패배의 멍에를 안고 짐을 쌀 수 밖에 없었다.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한국, 호주 등 3국의 대표팀(러시아 제외)을 맡는 동안 총 10명의 상대팀 감독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가히 상대 감독들에게 있어서 히딩크의 존재는 저승사자와 같았던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부린 마법의 첫 희생양은 98년 월드컵 예선에 나선 벨기에의 반 모어 감독이었다. 당시 반 모어 감독은 벨기에축구협회와 관계가 극도로 좋지 않았고 결국 97년 12월 14일 홈에서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네덜란드에게 1-3으로 패배하자 결국 10여 일 후 경질당했다. 경기 패배가 바로 경질로 연결된 첫 케이스는 한국의 차범근 감독이었다. 차 감독은 지난 98년 6월 20일 마르세유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 예선전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0-5로 대패했고 경질을 피할 수 없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대표팀을 맡은 후 인터뷰를 통해 경기 전날 훈련에서도 일부러 시간을 끌며 신경전으로 기선을 제압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98년 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희생당한 이는 차 감독만이 아니었다. 16강에서 만난 유고 슬라비아의 슬로보다 산트라치 감독도 패배 후 사임했다. 8강전 상대였던 아르헨티나의 다니엘 파사레야 감독 역시 2-1로 패배한 후 지휘봉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2002년 월드컵에서도 히딩크 감독의 행보는 대단했다. 오랜 준비기간과 홈의 이점을 등에 업은 히딩크 감독은 승승장구하며 4강에 올랐고 그럴 때마다 상대 감독들은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박지성에게 결승골을 허용해 0-1로 패배한 포르투갈의 루이스 올리베이라 감독은 16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지고 지휘봉을 놓았다. 8강 상대였던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스페인 감독 역시 승부차기 패배 후 사임했다. 폴란드의 엥겔 감독 같은 경우 한국과의 경기 패배가 직접적이지는 않았지만 첫 경기 패배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고 예선 탈락으로 인해 결국 지휘봉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사실은 16강전에서 히딩크에 패배했던 이탈리아의 지오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은 패배 후에도 감독직을 유지했다는 사실이다. 이후 PSV 아인트호벤에서 우승컵을 수집해온 히딩크 감독은 2006 독일 월드컵에서도 상대 감독을 하나씩 쓰러뜨렸다. 2005년 11월 16일 호주에서 열린 우루과이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히딩크 감독은 승리했다. 상대편에 있던 호르헤 포사티 우루과이 감독이 사직서를 쓴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본선에 나선 히딩크 감독의 다음 희생양은 지코 일본 감독과 크란차르 크로아티아 감독이었다. 크란차르 감독의 경우 호주와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실패해 사임했다. 지코 일본 감독같은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히딩크 감독의 희생양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호주와의 첫경기에서 1-3으로 패배한 것이 결국 16강 진출 실패로 연결됐고 결국 일본축구협회와 지코 본인이 재계약에 합의하지 않았다. 어쨌든 결과론적으로는 히딩크의 희생양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는 한 셈이다. 이렇듯 3개의 팀을 맡으면서 총 10명의 상대 감독을 보내버린 히딩크 감독의 다음 상대는 누구일까? 바로 스티브 매클라렌 잉글랜드 감독이다. 현재 유로 2008 예선 E조에서 히딩크 감독의 러시아는 잉글랜드를 바짝 뒤쫓고 있다. 비록 지난 18일 열린 이스라엘 홈경기에서 러시아가 1-2로 패배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러시아는 승점 2점차로 잉글랜를 추격권에 두고 있다. 러시아는 오는 22일 E조 최하위 안도라와 원정 경기를 놔두고 있는만큼 승점 3점 획득이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크로아티아와 홈경기를 가지는 잉글랜드가 패배하게 된다면 러시아가 유로 2008에 진출하게 된다. 이럴 경우 매클라렌 감독은 경질을 피할 수 없게 되고 히딩크의 11번째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이미 오는 2010년까지 재계약에 성공한 히딩크 감독이 과연 매클라렌 감독을 실업자 신세로 만들고 유로 2008대회가 열리는 스위스-오스트리아로 갈지 결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bbadag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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