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물량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도 아니다. 출연만 하면 수십만 관객을 끌고 다니는 막강 티켓 파워의 배우가 출연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관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 대박 고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화려한 외양보다는 내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교훈이 영화 ‘식객’ 안에 있다. 모두가 ‘위기론’만 외치고 있을 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묘수를 ‘식객’이 찾은 듯 하다. 지난 5일 삼성경제연구소가 ‘한국영화 위기의 진단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해 한국영화는 개봉작 108편 중 20편만 흑자를 기록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올 상반기에는 관객 수가 작년보다 9.1% 감소했고 점유율 역시 6년 만에 최저인 41.7%로 하락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식객’은 영화 비수기라는 11월에 개봉해 보름만에 200만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초 톱스타로 내세울 만한 배우가 없었던 게 가장 큰 약점으로 작용해 투자, 제작과정에서도 난항을 겪었지만 차별화된 소재와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스토리로 새로운 흥행공식을 만들었다. 충무로 또한 이번 ‘식객’의 성공을 지켜보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동안 엄청난 속도로 성장한 한국영화는 심각한 속앓이를 하고 있다. 톱스타의 높은 개런티로 인한 제작환경의 악화, 흥행영화의 소재를 그대로 차용한 아류작의 범람, 동일 소재의 반복, 대형 배급사의 횡포로 인해 작지만 강한 영화의 외면 등 굵직한 이슈만도 수두룩하다. ‘식객’의 성공사례는 효율적인 제작예산 운용, 차별화된 소재, 공감 가는 스토리, 신선한 영상기법, 수준 높은 음악 등 철저하게 작품성에 포커스를 맞춘 영화 기획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작지만 강한 영화 제작이 늘어나야 한다는 의식도 확산되고 있다. ‘발리우드’로 일컫는 인도는 자국영화시장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이다. 자국정서에 부합하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제작이 활성화 되고 있는 독특한 시스템 덕택이다. 언뜻 봐도 이번 ‘식객’의 성공이 주는 교훈과 일맥상통 하고 있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