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팬들은 난리지만 구단으로서는 손해볼 것 없는 장사다. 잔류하게 되면 최고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어서 좋고, 떠나게 되면 기대주와 돈을 챙길 수 있어 나쁠 것이 없다. 창단 8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07년 챔피언 SK 와이번스가 집나간 FA(프리에이전트) 선수들 때문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있다. 현재 SK에서 FA가 된 우타 강타자 이호준(31)과 특급 불펜요원인 베테랑 사이드암 투수 조웅천(36)은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에서 결말을 맺지 못한 채 시장에 나가 타구단들의 반응을 체크하고 있다. 국가대표인 이호준은 벌써 롯데 구단과 대표팀 전지훈련지인 일본에서 만남을 가졌고 조웅천도 LG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SK가 협상 막판에 최종 제시했던 조건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SK 복귀가 어려울 수도 있다. SK 일부 팬들은 구단이 좀 더 적극적으로 우승 멤버들을 잡지 않았다고 질책을 가하기도 하지만 SK 구단으로서는 급할 것이 없다. 일단 둘에게 구단으로서는 최상의 카드를 제시해 명분을 쌓았다. 이호준은 엄격히 따지면 20억 원대 선수이지만 간판타자에 우승 프리미엄을 얹어 ‘4년 최대 30억 원’까지 제시해 대우를 해줬다는게 구단의 설명이다. 또 조웅천은 계약기간에서 차이가 있었지만 ‘최대 2년 8억 원’으로 섭섭하지 않은 대우를 했다는 주장이다. SK는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간 두 FA가 12월 8일 이후 다시 협상에 하게 되면 이전과 비슷한 조건에 잡기에 나설 전망이다. 구단으로서는 충분한 대우를 해준 조건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둘이 타구단과 계약, SK와 헤어지게 되면 할 수 없다는 자세다. 그렇게 되면 보상선수와 보상금으로 손해볼 것이 없다는 태도이다. 상대 구단의 보호선수 18명외에 19번째 기대주를 얻을 수 있는 데다 두둑한 보상금까지 챙길 수 있다. 비록 한국시리즈 2연패로 향하는 길에 전력누수가 생기게 되지만 공백을 채워줄 기대주들이 있어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대신 FA에 투자하려다가 남게 된 돈과 보상금 등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한 소속 선수들에게 연봉협상에서 보따리를 좀 더 풀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한마디로 SK에게 소속 FA 선수들은 ‘남아도 좋고 떠나도 좋은 존재’인 셈이다. 집나간 두 FA 선수의 향후 거취에 느긋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SK이다. sun@osen.co.kr 이호준-조웅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