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술-함지훈, '우리는 영리한 신인들'
OSEN 기자
발행 2007.11.21 10: 14

[OSEN=이상학 객원기자] 프로농구 신인 돌풍이 점점 태풍이 되어가고 있다. 1라운드 상위 지명자들은 물론이고 1라운드 하위 및 2라운드 지명자들까지 기대 이상의 플레이로 코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돋보이는 선수들이 있다. 다름 아닌 서울 SK 김태술(23·180cm)과 울산 모비스 함지훈(23·200cm)이다. 1라운드 전체 1순위와 10순위, 포인트가드와 센터. 지명순위와 포지션에서 나타나듯 두 선수를 비교 선상에 놓을 수 있는 요소로는 올 시즌 신인이라는 것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농구를 영리하게 한다는 점이다. ▲ 영리하게, 손쉽게 김태술은 신장이 작다. 대개 신장이 작은 선수들은 빠른 스피드를 무기로 삼는다. 그러나 김태술은 순간 스피드가 빠른 편은 아니다. 게다가 연세대 시절부터 힘과 체력이 보완점으로 지적됐다. 함지훈도 김태술처럼 타고난 신체 조건이 특출난 것은 아니다. 물론 함지훈은 2m 장신이다. 그러나 점프력이나 탄력이 다른 빅맨들에 비해 부족하고 스피드도 처진다는 평이 많았다. 이 때문에 성장 가능성에도 한계가 뚜렷하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이는 함지훈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10순위까지 미끄러진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김태술과 함지훈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영리한 플레이로 농구를 손쉽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노력이 선결 과제였다. 김태술은 오프시즌 동안 힘과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집중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상체 근육을 단단하게 키웠다. 함지훈도 외곽슛을 키우고 훅슛을 연마했고, 특유의 유연하고 부드러운 플레이를 살리려고 노력했다. 프로무대는 잠시라도 틈을 보여서는 안 될 곳이다. 프로 첫 시즌을 준비하는 그들에게도 당연한 과제였다. 그리고 이 같은 선결 과제를 해결하자 장점이 더욱 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김태술은 포인트가드로서 영리하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있고, 함지훈은 웬만한 베테랑 못지않은 노련미 가득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김태술의 플레이는 그가 가장 존경하는 강동희(현 동부 코치)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 강동희 역시 현역시절 팔이 길다는 것을 제외하면 농구선수로서 타고난 조건은 보잘 것 없었다. 하지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코트를 조망하는 드넓은 시야로 슛이나 패스 가릴 것 없이 자유자재로 플레이를 펼쳤다. 말 그대로 코트의 마법사였다. 김태술도 강동희처럼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쉽게 쉽게 플레이한다. 스피드가 빠르지는 않지만 한 박자 빠른 패스로 이를 상쇄시키고 있고 ‘선패스 후득점’ 마인드를 바탕으로 슛과 패스의 타이밍을 훌륭하게 조절하고 있다. 탁월한 농구 센스가 잘 뒷받침된 덕분이다. 함지훈도 공식 포지션은 센터지만 농구를 알고 플레이한다는 칭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함지훈은 가드로 농구를 시작한 덕인지 볼이 손에 착착 달라붙고 코트를 보는 시야도 넓다. 게다가 기본기가 워낙 탄탄해 상대의 더블 팀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며 볼 처리도 능숙하다. 초반에 선전할 때만 하더라도 강한 프레스가 들어가면 당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함지훈은 예외였다. 느린 스피드와 부족한 탄력도 기본에 충실하는 스텝과 페이크로 벌충하고 있다. 골밑에서 펼치는 함지훈의 노련하고 침착한 피봇 플레이와 순간 페이크는 국내 농구팬들에게 일종의 진귀한 체험으로 다가왔다. ▲ 신인왕 레이스는? 영리한 플레이로 손쉽게 플레이하는 김태술과 함지훈은 당당히 2007-08시즌 신인왕 레이스를 주도할 양강으로 떠올랐다. 물론 양희종(KT&G)을 비롯해 이동준(오리온스)·정영삼(전자랜드)·이광재(동부) 등도 선전하고 있지만, 2라운드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까지는 김태술과 함지훈이 신인왕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 되어버렸다. 상징성이 큰 포인트가드와 토종센터라는 점도 김태술과 함지훈에게는 플러스 요인이다. 기록상으로는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김태술은 올 시즌 14경기에서 평균 11.7점·9.3어시스트·3.0리바운드·1.79스틸을 기록 중이다. 어시스트 부문 전체 1위이며 스틸에서도 전체 4위에 올라있다. 함지훈은 올 시즌 13경기에서 평균 16.7점·6.5리바운드·2.9어시스트를 올리고 있다. 득점은 전체 11위이자 국내선수 3위이고, 리바운드는 당당히 국내선수 1위에 랭크돼 있다. 함지훈은 야투성공률도 57.9%로 전체 4위에 올라있다. 김태술이 어시스트 부문에서 1위를 독주하며 포인트가드로서 두드러지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면, 함지훈은 몇 안 되는 경쟁력 있는 토종 빅맨의 존재감으로 어필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팀 성적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5시즌 연속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SK는 김태술의 가세로 단숨에 단독 3위로 뛰어올랐다. 그 중심에 업템포 공격을 주도하며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태술이 있다. 팀의 부족한 부분을 한 번에 메우며 실질적인 구원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반면 함지훈의 모비스는 2승11패로 최하위를 도맡을 분위기다. 함지훈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매번 고비를 넘기지 못하며 젊은 팀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형편이다. 신인왕은 MVP와 비교할 때 팀 성적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지만, 그래도 3위와 10위 정도로 차이를 보인다면 얘기는 또 달라진다. 물론 김태술이 1순위에 걸맞는 활약을 하고 있으나 함지훈은 10순위로 의외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신인왕 레이스에서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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