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투성이' 한국식 FA 제도 언제까지?
OSEN 기자
발행 2007.11.21 14: 29

[OSEN=이상학 객원기자] 11월 중순. 바야흐로 FA의 계절이다. 올해 FA 시장은 한창 달아올랐던 2003~2004년 못지않은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최대어' 김동주는 원 소속구단 두산으로부터 역대 FA 최고액인 62억 원을 제시받았고, 조인성은 34억 원이라는 역대 FA 포수 최고액에 LG와 재계약했다. 올해 FA 시장 ‘빅3’ 중 하나였던 이호준도 총액 30억 원 이상 고액을 바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KIA에서 FA를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소식이 없는 이재주의 처지는 처량하기 그지없다. 이재주처럼 과감하게 FA를 신청하지도 못하고 애초부터 FA 권리를 포기한 선수들도 다수였다. 이렇듯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프로야구 FA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모순 투성이의 프로야구 FA 제도가 부른 재앙과도 같은 일이다. 언제나 시장 상황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몇몇 스타선수들만이 FA 대박에 쾌재를 부르고 있을 뿐이다. FA 제도는 지난 1999년 말 처음으로 시행됐다. 신인 지명 제도로 직장 선택의 자유를 침해당한 선수들에 대한 권익과 금전적 보상 그리고 전력 강화의 루트를 다양화해 판을 키우고 리그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자는 것이 제도 도입의 주된 명분이었다. 선수들에게는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고, 구단들로서는 전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올해로 FA 제도 도입 9년째가 됐지만 점점 나아지기는 커녕 문제점만 노출되고 있다. 선수는 선수대로, 구단은 구단대로 우는 소리만 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보상제도. FA 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원 소속구단에 영입선수의 전년도 연봉 450% 또는 연봉 300%+보상선수 1명을 내줘야 한다. 보호선수도 1군 엔트리 26명보다도 적은 18명밖에 지정할 수 없다. 대형 FA는 물론 준척급 FA를 영입하기에도 대단히 까다로운 조건이다. 그러다보니 삼성·LG·SK와 같은 부자 구단들은 역대 FA 시장에서 외부 FA 영입이 많았던 반면 두산과 현대는 FA 제도 시행 10년이 되어가지만 단 1명의 외부 FA 영입도 없다. 부자 구단들의 올인에 가까운 배팅은 몇몇 스타선수들에게만 득이 되고 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준척급 선수들뿐만 아니라 나머지 구단들에게도 보상제도가 발목을 짓누르고 있는 꼴이 되고 것이다. 무엇보다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보상 기준이 준척급 선수들에게는 굉장한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3년간 성적에 따라 A~D 등급으로 나눠 차등 보상을 시행하고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는 A~D 등급으로 선수를 나누는 엘리어스스포츠뷰로(ESB)라는 공신력 있는 기록 기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처음부터 일괄적인 보상 기준을 적용한 데에는 FA 몸값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짙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굉장한 오판이 되고 말았다. 지금부터라도 차등 보상에 대한 보완책이 절실한 이유다. FA 자격 취득 요건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6시즌을 뛰면 FA 자격을 얻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국내 프로야구는 무려 9시즌을 소화해야 한다. 그것도 1군 등록일수가 145일(2005년까지는 150일)이 돼야 한다. 여기에 97시즌까지는 시즌별 개인 성적을 따질 때 등록일수에 관계없이 타자는 총 경기수의 ⅔, 투수는 규정 투구이닝의 ⅔를 채워야 한 시즌으로 인정된다. 성실함과 꾸준함을 미덕으로 삼는 프로에서 이같은 자격 요건을 갖춘다는 것은 자체적으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적잖은 선수들이 FA 먹튀가 되는 것은 이같은 한국적 FA가 낳은 재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빨라야 20대 후반에서야 FA가 되는데 대개 전성기를 지나는 시점에서 FA가 되는 것은 아이러니다. 또한, FA 자격 재취득도 무조건 4시즌을 다시 뛰어야 가능하다는 것도 한국식 FA 제도의 넌센스다. 2년 계약을 했으면 2년 후 FA가 되는 것이 정상적이나 한국식 FA는 무조건 ‘4시즌 더’다. 자유로운 이적과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의 권익이 침해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5년말 FA 자격을 얻어 삼성과 2년 계약을 체결한 양준혁이 올해 다시 FA가 됐다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한국식 FA 제도는 이같은 선수들의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 이는 곧 최소한의 전력 강화라도 원하는 구단들에도 스스로 제 살을 깎아먹는 것이나 다름없다. 안 그래도 자원이 부족한 프로야구 실정에서 FA 제도마저 모순 투성이가 된 나머지 스스로 판을 줄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모순을 안고 있는 FA 제도가 계속된다면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FA 제도는 그 의미를 잃고 말 것이다. 어쩌면 벌써 잃은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FA 선수들이 최소한의 권리를 유지하는 가운데 구단들은 당초 취지대로 최소한의 전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까다로운 장치들을 제거하는 데 힘써야 한다. 현재 FA 제도로는 몇몇 스타선수들만 웃을 수 밖에 없으며 그들마저 FA 먹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자칫 FA 제도가 재앙의 늪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김동주-이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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