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탓하고 비난할 여유가 없다. 하루 빨리 대안을 찾는 일이 급하다. 운영난에 처해 있는 현대 유니콘스의 매각이 또다시 무산됐다. 지난 21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인수에 미온적인 반응으로 2달 여를 끌어온 STX 그룹과의 협상을 끝내고 현대 인수 제안을 철회했다. 이로써 현대는 지난 2월 농협에 이어 STX 마저 협상이 실패하면서 내년 시즌 존립여부가 불투명해졌다. KBO는 내년 1월까지 새로운 인수 기업을 찾아 협상을 끝낸다는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만약 1월까지도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다면 현대는 공중분해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렇게 된다면 야구계 전체에 미치는 파장은 엄청나게 크다. 프로야구가 크게 위축되는 등 야구판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현대 선수단과 프런트가 1차적 피해 대상임은 물론 나머지 7개 구단과 선수들에게도 불똥이 튄다. 현대 선수단의 주전급 절반은 타구단으로 흩어져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나머지 절반은 졸지에 실업자가 된다. 나머지 7개 구단이 현대 선수들을 4명 안팎씩 구제하게 되면 기존 소속 선수들도 피해를 받게 된다. 현대 선수들에 밀려 주전에서 밀려나거나 1군 엔트리 밖으로 떨어진 후 방출되는 유탄을 맞을 수 있다. 또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팀이 공중분해되며 팀 수가 줄어들게 됨으로써 올해 모처럼 일어나기 시작한 프로야구 붐이 가라앉으면서 나머지 7개 구단은 전체 마케팅 면에서도 위축될 것이 뻔하다. 전체 스케줄을 조정해야 하는 등 프로야구 전체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밖에 심판진과 기록원 등 프로야구 운영의 한 축도 타격을 받게 된다. 팀이 한 개 없어지면서 심판과 기록원도 한 조가 남게 돼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10년전 IMF때처럼 프로야구 전 분야에서 한바탕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몰아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고 가장 큰 타격은 야구의 미래가 어두워지는 것이다. 가뜩이나 침체된 유소년 야구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야구를 직업으로 삼기에는 일자리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야구 유망주가 줄어들 것은 뻔한 일이다. 다른 스포츠와 언론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국내 프로 스포츠 중에서 이익이 나는 곳이 없는 현실에서 ‘해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경제적 논리보다는 정치적 논리로 프로 스포츠단을 운영해왔으나 현대 공중분해 사태를 보면서 접을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언론도 스포츠 기자들을 재배치해야 하는 등 2차 피해를 볼 수 있다. 한마디로 현대 유니콘스의 해체는 한국 프로야구와 야구는 물론 전체 스포츠판에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위협적 요소인 것이다. 스포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강 건너 남의 집 불구경’ 하듯이 쳐다볼 일이 아니다. 지금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현대를 살리는 데 지혜를 모아야할 시점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