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PKO 스타리그를 모태로 삼은 e스포츠가 내년이면 드디어 10년째를 맞이한다.
지난 11월 17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열린 '곰TV MSL 시즌3' 결승전에서는 e스포츠 10여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발생했다. 최연성, 마재윤 등 역대 '본좌'들을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던 만 16세 1개월 14일의 신예 박성균(위메이드)이 '혁명가' 김택용(18, MBC게임)을 3-1로 누르고 역대 최연소 우승을 거머쥐었던 것.
박성균은 절대 열세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우승을 차지했다. 또 지난 8월 창단된 위메이드 폭스에 첫 번째 우승컵을 안겨줬다.
박성균은 이번 우승으로 테란이 유독 힘을 못쓰던 MSL에서 3년 3개월만에 테란 종족의 우승을 일궈내며 일약 차세대 테란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위메이드 김양중 감독과 원종욱 수석코치는 "박성균의 우승은 개인의 것이 아닌 팀이 해낸 것"이라며 박성균을 얼싸안고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또 이윤열을 비롯한 다른 동료 선수들도 박성균의 이번 우승을 자신의 일인 것마냥 기뻐했다.
박성균의 우승을 살펴보면 최연소 우승, MSL에서 테란의 3년 3개월만의 우승, 4번째 로열로더의 탄생, 창단팀 위메이드의 첫 번째 우승 등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위메이드에서 첫 번째 우승자 배출이라는 점을 가장 큰 의미로 꼽을 수 있다.
가능성 있는 무명의 신예 선수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을 거머쥐기 까지 박성균의 성장 과정을 돌이켜보면 여러번의 위기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위기를 말한다면 위메이드는 전신인 팬택시절과 자신의 환경을 극복한 것을 말할 수 있다.
팬택은 모기업의 경영 악화라 팀이 해체위기까지 몰리는 등 최악의 상황까지 몰렸다. 팀의 에이스인 이윤열을 비롯해 주축 선수 안기효, 심소명, 임동혁 등과 신예 선수들을 다른 팀에서 관심있게 지켜봤다. 박성균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태광고등학교를 다니던 박성균은 주말에는 연습실에 나오며 학업과 팀 훈련을 병행했다. 다른 선수들은 숙소에서 서울에 있는 학교를 다니는것과 비교하면 그 고충은 말할 수 없이 컸다. 그 상황에서 팀까지 재정적으로 어려워 16살의 어린 소년은 충분히 흔들릴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성균은 어려웠던 시절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기 중심을 훌륭하게 지켜나갔다. 이탈하는 동료들도 있었지만, 끝까지 팀과 운명을 함께하겠다는 생각으로 묵묵히 주말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연습실로 나와 팀 훈련에 참가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신이 첫 번째 시작한 팬택에서 동료들과 동고동락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한 e스포츠 관계자는 "위메이드의 팬택 프로게임단 시절을 돌아보면 관심이 가는 선수가 많았다. 에이스인 이윤열은 물론이거니와 박성균과 이영호도 영입 검토 대상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관계자는 이어 "이번 박성균의 우승을 박성균의 개인이 아닌 위메이드 팀 전체의 우승이라고 하는 것은 결코 과언이 아니다. 개인이 아닌 팀워크가 만들어낸 우승"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관계자는 박성균의 이번 MSL 우승을 놓고 "임요환, 이윤열, 최연성 등 최강 테란라인을 이어가는 대형 선수의 탄생"이라면서 "이 선수들은 기량 뿐만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 더욱 빛이 났던 선수다. 박성균도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자리를 지켰기 때문에 충분히 이들의 후계자 구도에 들어설수 있다"고 말했다.
'황제' 임요환(27, 공군)은 SK텔레콤 T1 창단 이전 4U시절 팀원들과 함께가 아니면 안된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SK텔레콤 T1 창단의 주역이 됐다. SK텔레콤 T1은 프로리그에서 승승장구를 거듭하며 '오버 트리플 크라운'의 대업을 세웠고 임요환은 개인리그 뿐만 아니라 팀 스포츠인 프로리그에서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e스포츠 사상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윤열도 편하게 갈수 있는 길보다는 동료들과 운명을 함께 했다. 지난 3월 팬택 EX 해체위기를 넘기고 위메이드로 팀의 인수 직전 20여명의 동료들과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연판장으로 보여줬다.
물론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던 임요환, 이윤열과 무명에 가까웠던 박성균을 비교하는데서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최고의 선수들인 이들을 보면 기량 뿐만 아니라 팀워크 등에서 프로다운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처럼 이제 불과 16살의 어린 소년 박성균의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된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