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지겠다. 사퇴 여부는 아직 모른다”(스티브 매클라렌 감독). “아직 은퇴를 운운할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데이빗 베컴). 이보다 참담할 수는 없다. 크로아티아와 러시아에 밀려 유럽 선수권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한껏 구긴 잉글랜드 대표팀이다. 2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런던 뉴 웸블리 구장에서 펼쳐진 크로아티아와 2008 유럽선수권 예선 라운드 E조 최종전에서 잉글랜드는 2-3으로 무릎을 꿇어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상황을 지켜본 잉글랜드 언론들과 축구팬들은 홈에서 무기력하게 패한 자국 대표팀을 비난하고 있다. 현재 가장 위험한 고비를 맞은 인물은 사령탑 스티브 매클라렌 감독과 선수단 일원으로 뛴 데이빗 베컴이다. 이들에겐 각각 사퇴와 은퇴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매클라렌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실패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사퇴는 언급하지 않았다. FA(잉글랜드축구협회)의 대책 회의가 열린 가운데 아무것도 구체적인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매클라렌이 밝힌 ‘책임론’이 사퇴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한편 베컴은 은퇴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크로아티아전이 끝난 뒤 베컴은 BBC 등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난 더 뛸 수 있다. 아직 은퇴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잉글랜드 축구 통산 5번째로 센추리 클럽(A매치 100회 출장) 가입을 눈 앞에 둔 베컴은 크로아티아전 후반에 교체 투입돼 멋진 크로스로 피터 크라우치의 2-2 동점골을 도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잉글랜드는 종료 13분을 남기고 3번째 골을 허용했고, 결국 실패와 좌절의 쓴 잔을 들게 됐다. 베컴도 쓸쓸히 자신의 99번째 출전을 마쳤다. 지난 17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와 친선 경기에서도 도움을 기록했던 베컴은 당초 선발 출전이 유력했으나 매클라렌 감독은 끝내 베스트 명단에서 제외했다. 사퇴 혹은 경질이 유력해 보이는 매클라렌 감독과 더 뛰고 싶다는 의지와는 달리 상황이 자꾸 꼬여가는 베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탈락했어도 여전히 이슈를 만드는 잉글랜드다. yoshike3@osen.co.kr 데이빗 베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