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의 고민, 'SK 모델' 따라하고 싶어도... SK 와이번스의 코나미컵 예선 3전승은 베이징 올림픽 야구 대표팀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았을 것이다. 김성근 SK 감독은 왼손 교타자가 주력인 주니치를 상대로 좌완 파워 피처 김광현, 힘은 있지만 세기가 떨어지는 대만 퉁이전에는 우완 컨트롤 피처 채병룡을 선발로 투입시켜 대성공을 거뒀다. 특히 채병룡에 대해 김 감독은 "대만은 몸쪽이 약하다. 채병룡은 우리 팀 투수 중 몸쪽 공을 제일 잘 던지고, 바깥쪽 변화구 결정구를 던질 줄 안다"라고 선발로 내보낸 이유를 밝혔다. 코치 경력이 있어 대만 야구에 정통한 가토 SK 투수코치의 조언을 적극 수용한 결과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채병룡의 레퍼토리와 구위는 일본 타자들에겐 안 통한다"라고 단언했다. 채병룡이 그 다음날 치러진 주니치와의 결승전에 SK 투수 중 유일하게 대기하지 않은 이유는 체력 안배와 더불어 김 감독의 판단이 개입된 것이었다. 이런 SK 성공 모델을 올림픽 대표팀에 적용하면 답은 '대만전=박찬호, 일본전=류현진'으로 도출된다. 그러나 대표팀이 주저없이 SK 모델을 따라가기가 여러 모로 쉽지 않은 정황이다. 무엇보다 연막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용병까지 포함해 선발 자원이 넘쳐났던 SK와 달리 대표팀은 선발 후보가 박찬호, 류현진, 류제국으로 뻔히 보인다. 즉 최대 강적인 일본도 능히 예상하는 수라 할 수 있다. 실제 일본팀은 한국을 가상한 평가전에서 철저하게 류현진에 대비하고 있다.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8강리그 일본전처럼 허를 찔러 박찬호를 전격 선발 투입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 역시 경기 일정상 의외성이 반감된다. 왜냐하면 한국은 첫 경기(12월 1일)가 대만이고, 그 다음날 바로 일본(12월 2일)과 붙기 때문이다. 일본은 하루 앞서 대만과 총력전을 펼치는 한국을 정밀 분석하고 대결하는 이점을 갖는다. 반면 일본은 첫경기가 태국으로 예상되는 약체와 대결하기에 전력 누수나 노출이 없을 것이다. 즉 일본은 한국-대만전을 보고 한국의 일본전 선발을 눈치챌 수 있지만 한국은 끝까지 다르빗슈와 나루세를 놓고 고민할 처지다. 그렇다고 류제국(탬파베이)을 대만전 선발로 내기엔 리스크가 엄청나다. 얇은 선발층과 불리한 대회 스케줄이 사실상 3명 중 2명을 고르는 선발 인선을 꼬이게 만들어 버렸다. 김경문 감독과 선동렬 투수코치가 24일 최종 평가전(오키나와)에 류현진과 박찬호를 동시 선발 맞대결시키는 배경도 선택의 어려움을 시사하고 있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