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에 전격 발탁된 민병헌(20, 두산)은 빠른 발과 강한 어깨가 돋보이는 외야수. 민병헌이 야구 선수의 길을 걷게 된 것도 빠른 발 덕분이다. 10년 전 화곡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민병헌은 장난끼 가득한 개구쟁이. 반 친구들은 물론 육상 선수를 제외하고 그보다 빠른 친구는 없었다.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육상 대회에 출전할 기회를 얻었다. 민병헌이 다니던 학교에는 별도의 육상부가 없었으나 단지 빠르다는 이유로 선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교 대표로 나서게 된 것. 대회에서 육상 선수들과 경쟁을 뚫고 2위에 입상한 민병헌의 아버지는 자식을 운동 선수로 키우겠다고 마음 먹었다. 축구 선수와 야구 선수의 갈림길에 선 민병헌은 고민에 빠졌다. "축구는 많이 뛰어야 하니까 힘들 것 같아 야구를 선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5학년 때부터 야구 유니폼을 입은 민병헌은 잠신중-덕수정보고를 거쳐 지난해 두산에 입단했다. 신인 첫 해 80경기에 출장, 타율 1할9푼7리 12안타 4타점 20득점 17도루에 그쳤으나 올 시즌 두산의 주전 외야수로 성장해 119경기에 나서 타율 2할4푼4리 80안타 3홈런 31타점 53득점 30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주무기인 빠른 발을 앞세워 30차례 베이스를 훔쳐 이 부문 4위. 올림픽 대표팀의 '스파링 파트너' 격인 상비군에 포함됐으나 대표팀과 평가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대표팀에 전격 발탁되는 영예를 누렸다. 지난 22일 경기에서도 백팀의 우익수 겸 톱타자로 선발 출장, 4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 2도루로 물오른 타격감을 자랑했다. 대표팀 최고의 준족으로 꼽히는 민병헌의 100m 최고 기록은 축구 선수라고 해도 매우 빠른 11초6. "(정)근우 형과 (고)영민이 형은 이겼는데 (이)종욱이 형은 꺾기 힘들다"고 애교섞인 투정을 부린다. 내달 대만에서 열리는 올림픽 예선에서 민병헌의 임무는 대주자 요원. 박빙의 승부에서 대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은 민병헌은 "상황에 맞게 내 임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부진 모습을 드러냈다. 민병헌이 빠른 발을 앞세워 대만과 일본의 배터리를 뒤흔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what@osen.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