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미뤄진 영화, 속사정은 따로 있다!
OSEN 기자
발행 2007.11.23 16: 57

제작을 완료했지만 개봉하지 못하는 한국영화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규모가 작은 영화들이 많지만 일부 영화는 톱스타들이 주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봉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먼저 개봉을 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개봉시기 때문이다. 영화는 제작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개봉시기다. 계절별 또는 흥행 가능성을 고려해 개봉시기를 정하지만 개봉이 미뤄진 영화들의 경우는 개봉 시기를 놓쳐 다음 시즌을 기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마저도 잘 이뤄지지 않아 몇 년 째 개봉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제작비 부족이다. 지난해 많은 수의 한국영화가 개봉했지만 뚜렷한 흥행성과를 낸 작품은 소수에 불과하다. 때문에 영화 투자가 크게 줄었고, 개봉 후 성과를 얻기 힘들다고 판단될 경우 후반작업까지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케팅비를 비롯한 개봉에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개봉을 미루기도 한다. 영화는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흥행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 개봉하지 않고 그냥 묵혀두는 것이 오히려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덜하다.
마지막 이유로는 영화사들의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특히 연말이 다가오는 현재의 시기는 영화사들에게는 민감한 시기이다. 적자보다는 흑자 상태를 유지해야 다음해 투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영화를 제작하고 개봉을 하지 않은 경우는 영화 제작비가 영화사의 자산으로 그대로 남아있지만 영화가 개봉하고 흥행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은 영화사가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영화의 개봉이 미뤄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영화를 개봉하는 것은 오히려 영화사에게 큰 부담이다. 관객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 개봉을 한다고 해도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고, 이 경우 개봉 대기중인 상태로 있는 것이 영화사에게는 더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밝혔다.
제작을 완료했지만 개봉을 하지 못하는 한국영화가 15편을 넘어섰다. 지난해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는 한국영화의 위기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향후 한국영화에 전망도 밝은 편이 아니라 이 영화들을 극장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작품이든 배우들과 제작진이 혼신의 힘을 기울여 완성한 영화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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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째 개봉을 하지 못하고 있는 영화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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