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고전 농구만화 에서 북산 서태웅은 능남전에서 전반전을 버린 채 후반전에 올인했다. 체력이 약한 서태웅은 전반전에 체력을 비축하는 대신 후반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것이다. 어차피 최종 승부는 후반전에 판가름나기 때문이었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서울 SK의 방성윤(25·195cm)이 딱 그렇다. 물론 리그에서 5번째로 많은 경기당 36.6분을 소화하고 있는 방성윤에게 체력은 문제없다. 전반전보다 후반전에 올인한다는 것이 서태웅과 방성윤의 가장 확실한 공통분모다. 어느덧 리그 3년차가 된 방성윤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득점기계로 군림하고 있다. 올 시즌 15경기에서 평균 23.5점을 기록하며 국내선수 득점 1위이자 전체 4위에 올라있다. 3점슛도 경기당 평균 3.47개를 성공시키며 이 부문 전체 1위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야투성공률(44.9%)과 3점슛 성공률(41.9%) 모두 데뷔 후 가장 높은 수치. 게다가 15경기 중 무려 14경기에서 19점 이상 올리는 꾸준한 득점력까지 과시하고 있다. 여기에 영양가까지 매우 높아졌다. 후반전 기록이 몰라보게 좋아진 것이다. 데뷔 첫 해였던 2005-06시즌 방성윤의 후반전 득점은 9.4점으로 전체 득점의 54.7%였다. 지난 시즌에는 10.4점으로 올랐지만, 비중은 53.9%로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후반전 득점이 평균 14.5점으로 전체 득점에서 61.9%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반적인 성적도 전반전에 비해 후반전이 훨등히 좋다. 전반전에는 평균 8.9점에 야투성공률(32.2%)과 3점슛 성공률(26.2%) 모두 형편없지만 후반전에는 득점이 5.6점 상승하면서 야투성공률(56.6%)과 3점슛 성공률(57.1%)까지 급상승했다. 올 시즌 3점슛 52개 중 36개, 즉 69.2%가 후반에 터졌다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야말로 후반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느낌이다. 특히 최근 들어 후반전에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삼성과의 홈경기에서는 전반에 단 6점에 그쳤지만 4쿼터와 연장전에만 20점을 몰아넣는 등 후반에만 22점을 퍼부으며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방성윤은 4쿼터 및 연장전에서 3점슛 8개를 던져 5개를 넣었다. 20일 울산 모비스와의 홈경기에서도 21점 중 무려 20점을 후반전에 기록한 방성윤은 23일 창원 LG와의 원정경기에서 데뷔 후 가장 많은 36점을 퍼부었고 이 가운데 31점을 후반전에 집중시켰다. 특히 연장전에서만 9점을 몰아넣으며 에이스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방성윤의 후반전 집중력이 좋아지면서 SK의 뒷심도 몰라보게 좋아졌다는 평이다. 후반전에 득점이 몰리고 있는 것에 대해 방성윤은 “경기 초반에는 욕심 부리기보다는 패스나 수비·리바운드 등 팀플레이 위주로 먼저 하자고 생각한 게 몸이 풀리면서 3·4쿼터에 잘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기 초반에는 팀원들과 함께 공을 공유하며 조직력을 맞추는 데 주력하는 대신 몸이 풀리는 후반전에 득점포를 몰아넣어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 시즌 SK는 경기 초반 크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는 이상 대등한 승부에서 승리를 가져가는 경기가 많아졌다. 지난 시즌과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며 그 중심에 선택과 집중에 눈을 뜬 방성윤이 있다는 게 고무적이다. SK는 최근 4연승 포함 시즌 15경기에서 10승5패로 단독 2위에 올라있다. 방성윤은 “개인보다 항상 팀을 생각하려 한다. 3년차다보니 게임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한다”며 “6강 플레이오프에 올라가는 것이 우선 목표다. 이대로 팀 조직력을 맞춰나가면 무난히 플레이오프에 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명실상부한 최고의 득점기계이자 후반전 해결사로 등극한 방성윤이 있는 한 SK가 6년 만에 봄의 잔치에 초대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