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부르기를 겁내는 가수들이 늘고 있다. 녹음실이 아니고, 수천번 연습한 자기 노래가 아닐 경우에 노래 부르기를 요청받는다면 공포감을 느낄 정도다. 노래를 직업으로 삼는 가수가 이게 무슨 일일까? 직업가수의 가창력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이 요즘 가요계 실정이다. 가수가 청중을 감동 시키는 노래 솜씨 하나로 평가받던 시대는 벌써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댄스그룹 천하의 도래와 함께 10대 중 후반 데뷔하는 꽃미남 꽃미녀 스타들이 늘어났고, 집단으로 춤추며 노래하는 이들 사이에서 실제 가창력이 어떤 지는 예쁜 얼굴, 잘 빠진 몸매 속으로 숨어버린 결과다. 이에 따라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에서 국민가수 조용필에 이르기 까지, 가수가 노래 하나로 승부하던 시대는 점차 팬들의 기억 속에 묻혀가고 있다. 한때 가요계를 풍미했던 명가수들의 얘기는 이제 툭툭 튀는 LP판 마냥 찾아보기도 힘들고 귀한 세상이다. 2000년대, 음반시장이 붕괴되고 목소리보다 얼굴을 앞세우는 가수들이 TV 속 버라이어티 프로 출연을 주업으로 삼다시피 하면서 가창력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순발력을 앞세운 MC와 게스트들이 가수 출연자에게 즉석 노래를 신청하는 장면이 비일비재하지만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이들의 노래는 '가수 맞아?' 의구심을 시청자들에게 안겼기 때문. 앨범을 벌써 몇 개씩 발표한 가수가 반주없는 생 목소리 즉석 노래에서 음정 박자를 놓치고 목소리가 갈라지기 일쑤다. 특히 다른 가수의 노래나 예전 히트곡을 부를라치면 아마추어보다 못한 가창력으로 촬영장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기도 한다. 아이돌 그룹들의 립싱크 시비로 댄스그룹들도 라이브를 직접 하는 추세를 맞이한 뒤로는 콘서트, 축하공연 무대에서 속된 말로 '삑살이'를 내는 사태도 흔해졌다. 가요계 차트를 휩쓸고 있는 톱 여가수와 댄스그룹 조차 올 해 각각 주요 영화제 시상식에 초대 가수로 나섰다가 잦은 삑살이와 고음 처리 불가로 눈총을 받았다. 이에 비해 인순이, 이승철 등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들은 언제 어느 자리에서건 청중, 시청자를 감동시키는 노래 솜씨를 선보여 주위의 탄성을 들어 대조적이다. '가수의 기본은 역시 가창력'이라는 기본 명제를 잊어가는 듯한 요즘 가요계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