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보는 맛이 쏠쏠해요. 앞으로 무엇을 할지는 천천히 생각해 볼 작정입니다”. 한때는 선동렬(삼성 감독)의 대를 이을 초대형 투수로 각광을 받았던 ‘풍운아’ 임선동(34)이 쓸쓸하게 현장에서 멀어졌다. 2000년 18승으로 다승왕에 오른 이후 잦은 부상 등으로 슬럼프에 빠졌고 올 시즌을 끝으로 정들었던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벗게 됐다. 고교시절(휘문고)부터 최고투수로 인정을 받은 후 연세대 진학과 일본 진출 실패, 선수 생명을 건 법정소송, 역대 최고 계약금 등으로 뉴스의 중심에 서며 ‘풍운아’로 불리웠던 임선동이지만 이제는 무대에서 내려와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지난 10월 9일 방출 통보를 받은 후 외부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임선동과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눴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가족들과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왔다. 요즘은 집에서 바쁘다. 2살 된 딸과 노는 재미가 쏠쏠하다. 애기가 있어 빨리 안정을 찾고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애기를 보면서 더 힘을 내자는 마음이 생긴다. 너무 편하니까 감기가 걸리는 등 몸이 약해진다(웃음). 운동 선수는 운동을 해야 건강하다. 선수 시절에는 뒤 안보고 앞만 보고 달렸는데 세월이 빠르다. -선수생활 연장이나 지도자로 나설 의향은 없는가. ▲실력이 모자라서 방출됐는데 선수 생활을 더할 수가 있겠는가. 지도자로 나설 것인가는 신중하게 생각 중이다. 지도자가 되는 일이 쉬운 것이 아니다. 먼저 내가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자질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선뜻 코치 연수 등 지도자로 나설 마음이 서지 않는다. 현대가 정상적이면 해외 코치 연수도 부탁해 볼 텐데 지금은 말할 처지가 아니지 않은가. 사회생활을 위해 이것저것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아 은근히 바쁘다. -방출로 유니폼을 벗게 됐는데. ▲명예롭게 은퇴를 못해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다. 현대 구단이나 감독님이 그동안 잘해줬는데 기대에 못미쳐 죄송할 따름이다. 현대에서 좋았던 일, 재미있었던 일 등 여러 가지 좋은 추억만을 간직하겠다. -김시진 감독은 만나봤는가. ▲아직 못 찾아뵈서 죄송하다. 조만간 인사드릴 생각이다. 감독님께 섭섭한 마음은 하나도 없다. 최고 선수출신이자 최고 투수코치 출신인 감독님께서 ‘이제는 그만둬야 할 실력’이라는 판정을 내렸으니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많이 배우고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 제자의 도리를 다하겠다. -앞으로 계획은. ▲아직 정하지는 못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신중하게 생각 중이다.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든 선수시절처럼 열심히 하면 될 것이다. 좋은 모습으로 남기 위해 노력할 각오이다. 나보다도 정들었던 유니콘스 문제가 빨리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