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믿어주고 따르는 사람들을 두고 떠난다는 게 싫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33)가 25일 오키나와 온나의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다저스가 아닌 태극 마크를 선택한 사연'을 공개했다. 박찬호는 다저스가 국가대표로 올림픽 예선전에 나서는 것을 꺼려했지만 대표팀 주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표팀에 남게 됐음을 강조했다. 박찬호와 계약하기로 결정한 다저스는 올림픽 지역 예선전 참가 소식을 접한 뒤 "올림픽 예선전에 출전하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지역 예선전 불참을 종용했다. 뜻하지 않은 부상이라도 입게 된다면 다저스의 손해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박찬호는 조국의 부름을 받을 때마다 흔쾌히 받아들인 바 있다. 한국 선수들과 즐거운 추억이 많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의 주장으로 선임된 박찬호는 실력을 떠나 팀의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 코칭스태프도 박찬호에게 변함없는 믿음을 드러냈고 후배들도 '맏형' 박찬호를 잘 따랐다. "나 잘 되려고 등돌리는 건 도리가 아니다"며 태극 마크를 고수한 것. 박찬호는 다저스에 "팬들은 내가 계약 조건에 관계없이 다저스로 돌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하고 있다. 대회가 끝난 뒤 다시 만나자"고 전했다고 한다. 이에 다저스도 "잘 하고 와서 다시 이야기하자"고 박찬호의 뜻을 존중했다는 게 박찬호의 설명이었다. 한편 이날 박찬호는 좌완 전병호(34, 삼성)와 함께 시뮬레이션 피칭에 나서 컨디션을 점검했다. 시뮬레이션 피칭은 아웃카운트와 주자 등 상황을 설정한 뒤 타자와 승부를 펼치는 것. 투수로서는 전력 투구로 타자들과 맞대결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만만한 훈련이 아니다. 이날 97개의 공을 던진 박찬호의 성적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등판에 앞서 충분히 몸을 푼 뒤 마운드에 오르는 편이라고 밝힌 박찬호는 "오전 훈련이라 웜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마운드에 올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네 번째 등판부터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박찬호는 "대표팀 타자들이 파워는 다소 부족하나 선구안과 공을 맞추는 능력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