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FIFA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 출전을 향한 첫 관문인 아시아 3차예선에서 북한을 만났다. 26일 0시(이하 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인터내셔널 컨벤션 센터에서 펼쳐진 2010 월드컵 대륙별 예선 조추첨식에서 한국은 북한 요르단 투르크메니스탄과 3조에 편성됐다. 모두 4.5장의 본선 티켓이 주어지는 아시아 지역은 이미 1, 2차 예선을 모두 마쳤고 이제 최종예선에 진출할 10개국을 가리는 3차 예선을 준비하고 있다. 각 조 상위 2개국이 최종 예선에 출전할 예정. 한국과 북한의 가장 최근 대결은 지난 2005년 8월 국내서 열린 EAFF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 전주서 격돌한 남북은 사이좋게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선 한국은 과거 북한과 두 차례 격돌한 바 있다. FIFA랭킹 117위에 올라있는 북한을 상대로 한국은 1989년 10월 1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90 이탈리아월드컵 예선에서 격돌했고, 지난 1993년 10월 28일 카타르 도하서도 94 미국월드컵 예선을 치렀다. 모두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18년 전 첫 승부에선 황선홍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고, 15년 전 두 번째 대결에선 고정운, 황선홍, 하석주의 득점으로 3-0 대승을 챙겼다. 역대 전적에서도 한국은 북한보다 한 수 위에 있다. 지금껏 9차례 만나 5승3무1패의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태다. 강산이 한 번 바뀌고, 절반쯤 또 바뀐 긴 세월이 흘러 월드컵 진출권을 놓고 다시 만난 한국과 북한 축구. 현재 북한의 전력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1차 예선에서 몽골을 상대로 2연승을 챙겨 3차 예선에 직행했다는 사실만 알려졌다. 어렴풋이나마 주변 소식통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접할 뿐이다. 그러나 승패 여부나 실력 차이를 떠나 남북 축구가 격돌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의의를 갖는다. 정치색을 배재하고도 순수한 스포츠 교류 차원에서 이번 조추첨 결과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결정되지 않은 평양 원정 일정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치러진 지난 1990년 평양 김일성경기장서 있은 남북통일축구에선 한국은 1-2로 북한에 졌다. 더구나 북한 축구에 대해 한국은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93년 10월 카타르 도하서 날아든 기적같은 낭보는 북한전 승리가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본을 중심으로 국제 축구계 일각에선 '북한이 한국의 본선 진출을 돕기 위해 일부러 졌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나돌았을 정도였다. 다른 국가와 승부에서 매서운 모습을 보이고도 마지막 한국전에서 큰 스코어로 졌으니 오해를 살 만도 했다. 굳이 애를 쓰지 않았고, 바라지도 않았건만 공교롭게도 같은 조에 편성된 한국과 북한. 다행히도 요르단과 투르크메니스탄은 한반도 2개국에 비해 한 수 아래의 전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나란히 조 1, 2위에 올라 최종 예선에 진출해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동반행을 이뤄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여간 흥미롭지 않다. yoshike3@osen.co.kr 남북한이 마지막으로 대결한 지난 2005년 8월 4일 전주서 벌어진 동아시아선수권 경기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