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속다가 이번에 제대로 선물 받았네요". 지난 25일 전남 광양구장에서 열린 FA컵 결승 1차전서 3-2로 재역전승을 거둔 전남 드래곤즈 허정무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2-2 동점골을 뽑아낸 김승현(28)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축구 팬들에게 이름이 생소한 김승현은 팀이 1-2로 뒤지던 후반 24분 그라운드에 들어서 열심히 뛰어 다녔다. 결국 김승현은 후반 36분 시몬의 패스를 받아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렸고 전남은 기세를 이어 3-2로 재역전승했다. 허정무 감독은 김승현에 대해 질문하자 "능력은 정말 뛰어난 선수이다"고 운을 뗀 후 "하지만 한 가지 큰 문제점이 있다면 바로 소심한 성격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 출전시키면 속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승현은 지난 2002년 전남에 입단해 K리그 통산 63경기서 6골과 2개의 도움을 기록한 무명급. 특히 올 시즌에는 5경기만 출전하며 중용되지 못했다. 이어 허정무 감독은 "오늘 (김)승현이가 동점골을 터트린 것은 자신의 실력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언젠간 자신의 능력을 펼칠 줄 알았다. 특히 좋지 않은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전 의지를 나타낸 것에서 자신감을 보았다"고 설명했다. 김승현의 형은 21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특히 그가 마음이 아픈 점은 주전이 아니기 때문에 형에게 선뜻 경기를 보러 오라고 말하지 못해왔던 것. 그렇기 때문에 오늘 이러한 활약을 보지 못하고 간 형에게 미안한 마음과 아쉬움이 겹쳤다. 이날 전남은 김승현을 비롯한 교체 선수들이 제 몫을 해주며 승리를 거두었다. 이러한 교체 작전은 허정무 감독이 밝힌 것처럼 미리 준비했던 것. 과연 2차전에서 어느 선수가 허 감독에게 우승이라는 선물을 선사하게 될지 기대된다. 10bird@osen.co.kr 김승현이 동점골을 넣고 벤치로 달려와 환호하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