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선수 '농사', LG-KT&G-KCC '성공적'
OSEN 기자
발행 2007.11.26 10: 31

[OSEN=이상학 객원기자] 시대가 변하고 제도도 변했지만 외국인선수는 역시 잘 뽑고 볼 일이다. 지난 25일 열린 프로농구 4경기 중 외국인선수의 위닝샷으로 승부에 종지부를 찍은 것만 해도 2경기였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제를 폐지하고 종전 트라이아웃-드래프트제로 환원된 선발제도로 올 시즌 프로농구 외국인선수는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됐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 고와 저는 있다. 기량이 좋은 선수를 뽑은 팀들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팀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0개 구단의 외국인선수 '농사'를 중간평가한다. ▲ 원주 동부 : B+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뽑은 레지 오코사가 큰 힘이 되고 있다. 포지션은 센터지만 때때로 포워드 못지않은 활동량과 가드 뺨치는 패스워크로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는 최강군단 동부의 어엿한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15경기에서 평균 17.5점·12.7리바운드·3.2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득점은 팀 내 1위, 리바운드는 전체 1위, 어시스트는 팀 내 2위이자 외국인선수 전체 2위이며 야투성공률도 59.3%로 전체 4위다. 오코사가 김주성과 함께 동부의 트윈타워로 확고부동한 위치를 확보했지만 나머지 한 자리가 동부에게는 문제다. 일시대체에서 완전대체가 된 더글라스 렌은 탄력 넘치는 플레이와 속공가담으로 평균 10.3점·3.9리바운드를 기록했으나 8주 종아리 부상을 당해 퇴출되고 말았다. 벌써 3번째 교체. 동부는 렌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카를로스 딕슨을 영입했다. ▲ 서울 SK : B SK는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8순위로 지명한 래리 스미스,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뽑은 트래비스 개리슨과 16경기를 함께 했다. 아직은 별다른 교체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스미스는 평균 14.4점·8.6리바운드, 개리슨은 평균 12.1점·6.3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 기록적으로 두 선수 모두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센터지만 골밑 장악력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스미스나 기복이 심한 개리슨도 골밑에서 상대팀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무게감과는 거리가 멀다. SK가 골밑 높이 싸움에서 밀리는 것도 결국에는 두 선수 탓이다. 하지만 크게 욕심부리지 않고 팀플레이에 융화될 줄 안다는 점, 빠른 공수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은 그동안 조직력과 담을 쌓았지만 올 시즌부터 한층 빠르고 조직적인 농구를 펼치는 SK와 궁합이 일치하는 부분이다. ▲ 창원 LG : A ‘신산’ 신선우 감독의 외국인선수 보는 눈이 다시 한 번 입증되고 있다.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먼저 지명한 오다티 블랭슨, 2라운드 전체 16순위로 뽑은 캘빈 워너가 팀에 무난히 녹아들며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다. 내외곽을 오가는 포워드 역할을 하고 있는 블랭슨은 평균 22.3점(6위)·9.3리바운드(8위)를 기록하며 LG 공격을 이끌고 있다. 워너는 평균 16.5점·9.4리바운드(7위)·2.4블록슛(3위)을 올리며 공수에서 팀의 살림꾼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두 선수 모두 골밑과 외곽을 넘나들며 수시로 공격이 가능한 선수들이라 신선우 감독이 펼치는 전원농구와도 부합한다. 특히 두 선수의 기량차가 크지 않아 2~3쿼터에도 활용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LG는 비록 대박은 아니지만 똘똘한 2명을 보유함으로써 팀 전력이 한층 안정된 모습이다. ▲ 안양 KT&G : A KT&G도 올 시즌 외국인선수 덕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팀이다. 1라운드 전체 7순위로 지명한 마퀸 챈들러는 올 시즌 강력한 득점왕 후보로 떠올랐다. 시즌 14경기에서 평균 25.5점·9.6리바운드·2.0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득점랭킹 전체 2위에 올라있으며 리바운드에서도 6위에 랭크돼 있다. 3점슛도 2.14개로 전체 7위. 정통슈터가 없고 확실하게 믿을 만한 국내 득점원이 많지 않은 KT&G에서 챈들러의 득점력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또한,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KT&G 유니폼을 입은 센터 T.J. 커밍스 역시 15경기에서 평균 17.8점(10위)·7.2리바운드라는 비교적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아직 젊은 선수라 경기를 거듭할수록 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이 희망적이다. 두 선수 모두 기동력이 좋아 KT&G가 추구하는 스피드 농구에도 딱이다. ▲ 전주 KCC : A 최근 4연승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KCC도 외국인선수 농사가 성공작이 될 조짐이다. 특히 드래프트에서 지각소동으로 맨 마지막 전체 21순위로 지명돼 우여곡절 끝에 KCC행 티켓을 따낸 제이슨 로빈슨이 기대 이상으로 활약하고 있다. 15경기에서 평균 20.7점(7위)·7.3리바운드·2.5어시스트로 다재다능함을 과시 중이다. 볼 다루는 솜씨가 좋은 로빈슨은 백코트에서 가드진들의 볼 운반을 도우며 필요할 때마다 내외곽에서 득점을 올리고 있다. 무엇보다 1대1 능력이 탁월해 KCC의 주된 공격 옵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위닝샷으로 팀을 구해낸 것만 2차례나 된다. 드래프트 전체 3순위였던 센터 브랜든 크럼프도 평균 15.9점·9.9리바운드(4위)를 기록 중이다.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서장훈과의 호흡이 점차적으로 나아지고 있어 새로운 막강 트윈타워를 기대케 만들고 있다. ▲ 부산 KTF : C+ KTF가 시즌 초반부터 외국인선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는 참 오랜만이다. 드래프트 전체 10순위, 11순위로 지명한 세드릭 웨버와 타이론 워싱턴은 실망만 안겼다. 웨버는 평균 15.7점·7.9리바운드, 워싱턴은 평균 10.4점·6.1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7경기 만에 함께 짐을 쌌다. 대체 외국인선수로 칼 미첼과 제이미 켄드릭이 합류한 이후 팀 분위기 쇄신에는 일단 성공했지만, 우승후보 위용은 사라진 지 오래다. 결정적인 위닝샷만 두 차례나 터뜨린 미첼이 평균 19.4점·8.3리바운드, 켄드릭이 평균 15.1점·7.1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지만, 골밑에서 중량감이 떨어진다. 두 선수 모두 골대를 등지는 포스트업이 아니라 골대를 바라보는 페이스업 플레이에 능해 KTF만의 조직적이고 날카로운 컷인 플레이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 서울 삼성 : B+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건진 테런스 레더는 지명순위를 고려할 때 확실히 물건이다. 레더는 평균 22.9점(5위)·12.3리바운드(3위)·2.3어시스트로 맹활약 중이다. 팀 내 득점 1위지만 결코 공격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팀원들과 조화를 중시하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리바운드에서 나타나듯 보드 장악력도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나머지 한 자리가 문제였다. 라샤드 존스-제닝스가 시즌 전 부상으로 퇴출되고 대체로 합류한 타이론 샐리도 9경기에서 평균 11.9점·4.3리바운드로 기대치를 밑돌며 퇴출되고 말았다. 샐리를 대신해 2003-04시즌 LG에서 활약한 빅터 토마스가 복귀 후 6경기에서 평균 23.7점·5.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삼성의 공격과 스피드 농구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다소 기복있는 득점력은 여전하다. ▲ 인천 전자랜드 : B 1순위는 역시 1순위인 모양이다. 전자랜드가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모셔온 테런스 섀넌은 지명순위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시즌 12경기에서 평균 26.8점·12.5리바운드·3.8어시스트·2.5블록슛으로 공수양면 전방위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득점 1위, 리바운드·블록슛 2위에다 어시스트도 팀 내 1위이자 전체 10위다. 게다가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9.0개의 자유투를 얻어낼 정도로 상대 수비에 큰 위협을 가하고 있다. 개인성적은 올 시즌 외국인선수 가운데 단연 독보적이다. 그러나 팀 성적이 좋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내선수들과의 조화도 숙제로 남겨져 있다. 게다가 나머지 한 자리가 전자랜드도 탈을 일으키고 있다. 센터 크리스토퍼 무어는 13경기에서 평균 8.3점·7.7리바운드로 부진하다 2주 무릎 부상을 당해 카멜로 리로 일시교체된 상황이다. ▲ 대구 오리온스 : C 시즌 전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드래프트에서 각각 4순위·17순위로 데려온 마크 샌포드와 코리 벤지만이 부상으로 시즌 시작 전부터 퇴출의 비운을 맛봤다. 두 선수 모두 NBA 출신이라 더욱 관심을 모았지만,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수포로 돌아갔다. 오리온스는 결국 대체 외국인선수로 리온 트리밍햄과 로버트 브래넌을 영입했다. 2002-03시즌 SK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트리밍햄은 시즌 14경기에서 평균 20.6점(8위)·8.6리바운드(10위)·2.3어시스트로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36살 고령으로 경기 종반부터 체력 문제를 드러내는 형편이다. 브래넌마저 8경기에서 평균 13.4점·9.1리바운드를 기록한 후 허리 부상으로 일시교체됐다. 브래넌의 대체 선수로 들어온 제러드 지는 4경기에서 평균 4.3점·3.3리바운드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퇴출돼 오리온스의 외국인선수 잔혹사에 이름을 올렸다. ▲ 울산 모비스 : F 사상 최악이다. 드래프트에서 9순위·11순위로 지명한 제임스 페니와 실베스터 모건은 시즌 전부터 기량미달을 이유로 모두 퇴출됐다. 시즌이 개막하기 전부터 외국인선수 2명을 모두 기량 미달을 이유로 교체한 것은 모비스가 처음이었다. 대체 외국인선수로 키나 영과 케빈 오웬스를 영입했지만 악수가 되고 말았다. 영은 평균 17.6점·9.8리바운드(5위)로 나름 분전 중이지만, 오웬스는 8경기에서 평균 7.6점·6.6리바운드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과 함께 ‘오 웬수’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이 붙었다. 모비스는 5경기 출장정지를 감수하고 오웬스를 퇴출시키고 이동준(오리온스)의 친형으로 유명한 에릭 산드린을 영입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산드린마저 발목 부상이 완전하게 낫지 않은 상태에서 입단해 파문을 일으켰다. 아직 산드린 사태는 진위여부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메디컬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모비스에 굉장한 악재가 되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모비스는 벌써 7경기째 외국인선수 한 명으로 경기를 치르고 있으며 이 경기에서 전패했다. KCC의 로빈슨이 지금은 퇴출된 모비스의 오웬스의 마크를 받으며 골밑슛을 시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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